[인터뷰] 이원걸 前산자부 차관

"사업성 있는 해외자원개발도 자금공급 제대로 안돼 차질"


"금융이 가장 큰 문제예요. 사업성보다 (기업) 덩치를 따지니까요." 옛 산업자원부 시절 에너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담당하기 위해 도입된 제2차관에 처음 올랐던 이원걸 전 차관은 28일 서울경제신문의 '다시 불붙은 자원패권 전쟁' 시리즈 기사를 꼭 챙겨봤다며 인터뷰에 기꺼이 응하면서 "해외자원 확보에 지금이 호기인데 장애물이 많다"며 이같이 말하고 자원개발사업에 자금이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 전 차관은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에 돌입한 지난 2005년 중반 옛 동력자원부를 부활시켜 에너지부를 설립하자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정부가 신설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처음으로 맡아 국내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해외자원개발의 르네상스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정통 에너지 관료다. 이 전 차관은 우선 해외자원 개발의 돈 문제를 풀기 위해 차관 재직 시절 자원개발펀드 설계, 금융공기업 지원 확대 등을 이끌어내지 않았느냐고 묻자 "자원개발 확대의 관건이 대규모 재원 조달이어서 그런 제도들을 만들었는데 실제 현장에서 뛰어보니 잘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자원개발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 대기업이 아니면 (민간 기업이) 유망한 사업을 확보해도 돈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차관을 역임한 후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사장을 지낸 그는 올 초 기업인으로 변신, 직접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상무관을 지내는 등 오래전부터 중동 인맥을 폭넓게 관리해온 이 전 차관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재벌기업인 빈딘그룹 자본을 끌어들여 파키스탄에서 초대형 유연탄광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자원개발 사업을 하면서 기업이 느끼는 고충이 많은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는 이 전 차관은 "전문성이 있고 규모가 큰 한전ㆍ가스공사ㆍ광물공사 같은 공기업들이 민간 사업자의 도우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만 해도 사업에 필요한 도움을 공기업에서 받기가 만만치 않다"면서 "보통 기업인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자원개발 사업은 해당 광구의 매장량, 자원의 질 등을 따지는데 전문적인 지식과 광범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공기업이 그런 정보를 충분히 갖고 있으면서도 영세한 민간기업을 돕는 데 인색하다"고 꼬집었다. 이 전 차관은 이어 "우리나라는 자원 자주개발률이 낮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민간 기업이 자주개발로 확보한 자원은 한전이나 가스공사 등이 우선적으로 구매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그는 "대기업도 현지의 법과 문화를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들어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자원개발 사업이 후진국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지에 정통한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재직 시절 해외자원 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한국형 자원개발 모델인 '패키지 딜(산유국에 선박 및 플랜트를 제공하고 유ㆍ가스전을 확보하는 계약)'에 대해 이 전 차관은 "최근 정치적 문제들로 일부 프로젝트가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와 석유공사가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데 특히 다양한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약력 ▦1949년 부산 ▦동아고ㆍ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행시 17회 ▦1985년 주사우디 상무관 ▦1999년 산업자원부 공보관 ▦1999년 산자부 자원정책심의관 ▦2004년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2005년 초대 산자부 제2차관 ▦2007년 한국전력 사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