保革갈등에 교육계 혼란 커진다

“셋방 살던 진보, 보수와 동거하자 주인행세”


교육계의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립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교원평가제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은데 이어 학생체벌문제를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앞으로 추진할 학생인권조례 제정이나 무상급식 전면 시행에 대해 보수성향의 교원ㆍ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 양측 간 충돌은 불가피하다. 가장 탈이념적이어야 할 교육계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진보교육감 대거등장으로 이념대립 격화= 교육계의 이념 대립은 과거에도 있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와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교육계의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이념 적 대립이 빚어졌지만 현 정부 들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보혁갈등이 심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학분쟁조정위원인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교육뿐 아니라 모든 문제를 이념을 중심으로 편을 가르고,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좌빨(좌익 빨갱이)’‘우꼴(우익 꼴통)’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6ㆍ2 지방선거에서 6명의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것이 보혁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는“그동안 셋방살이를 하던 진보진영이 집주인이 된 격”이라면서 “(보수진영과) 동거를 하다 보면 다툼과 대립이 없을 수 없지 않겠느냐”며 양측 간 갈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방 통행ㆍ반대 말고 대화 통해 공통분모 찾아야= 교육계의 보혁갈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 간 이념 대립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인 만큼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양 진영 모두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선보 고려대 교수(교육학과)는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데 서로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우리 교육계가 20세기를 지배했던 좌ㆍ우라는 이분법적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진보나 보수라는 일방의 주장을 관철하기 보다는 반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고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과)는“진보와 보수의 교육관의 차이가 정파간 이념적 갈등과 경쟁으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교과부도 시도교육청에 자율성을 부여해 진정한 교육자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도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균형있는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뿐 아니라 보수 진영도 이념 공세를 지양하고 참여와 대화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과)는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그동안 비리와 수량화된 지표 위주의 경쟁논리에 함몰돼온 보수 진영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면서 “진보진영의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거나 앞으로 4년 동안 아무 것도 못한다는 무력감에서 벗어나 함께 참여해서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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