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노사정 머리 맞대고 노동현안 풀어야

■전문가에 들어본 해법
노정 대치 길어지면 경제에 찬물… 조속한 대화 재개가 급선무
정부, 노측 끌어낼 유인책 필요… 노동계도 타협정신으로 임해야

새해에는 통상임금 변화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장시간근로 개선, 정년 연장 등 노사정이 함께 풀어가야 할 굵직굵직한 노동현안들이 쌓여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 파업 이후 양대 노총이 노정 대화 중단을 선언하며 노사정 논의는 멈춘 상태다. 전문가들은 실타래처럼 얽힌 노동현안들을 풀어내려면 무엇보다 노사정 간에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철도노조원들이 파업을 풀고 속속 일터로 복귀하면서 점차 철도 운영이 정상을 찾아가고 있지만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노정 간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변함없는 총파업 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강력투쟁을 이어가고 정부와의 각종 위원회에도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철도노조 파업에서 정부가 노동계를 배제하고 탄압하려는 기조를 확실하게 느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어떤 대화나 협의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한국노총은 중앙노동위원회와 고용보험심사위원회 등 5개 위원회를 제외한 70개의 정부 주관 위원회에는 일절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노사정위원회는 노동계 이탈로 휴면상태에 돌입하면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노사 합의와 법·제도 개정작업 모두 어려워졌다.

문제는 임금체계 개편과 장시간근로 개선, 정년 연장,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 시급한 노동현안들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노정 대치가 길어질 경우 자칫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엔화 약세 등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정 대화 단절로 주요 노동현안의 해결이 미뤄지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속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정부가 노정 대화를 풀어갈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임금체계 개편은 노정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어갈 수 없는 문제로 합의가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포용력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조처를 해야 노측을 불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노정 간 합의 지연으로 개별 기업마다 임금 개편에 나설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더 벌어지는 등 임금체계가 더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도 "앞서 철도노조에 대한 정부 화법을 보면 대화가 아닌 통보 중심이었다"며 "우선 마주 앉아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노사관계에 대한 중장기적 차원의 전략이 없어 보인다"며 "청와대든 고용노동부든 노동계에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채널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역시 원하는 것을 한꺼번에 얻어내려고 하기보다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노동현안부터 풀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서로 주고받는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가랑비에 옷 젖듯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노사정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임금과 정년 연장 등 현안별로 노측에 유리한 것도 불리한 것도 있기 때문에 자기 쪽에 유리한 부분은 양보하면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도 "근로시간단축법 개정처럼 노동계도 제도적 보호가 필요한 영역이 있는 만큼 하루빨리 대화의 틀을 복원해 현안들을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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