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지난 9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이 주관한 물가 실무자 회의에 참석했다. 최근 이상 한파가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재정부가 기상청 담당자까지 물가회의에 긴급 소집한 것. 기상청 담당자가 정부의 물가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부의 물가회의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두 달째 3%대를 이어가며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기름값 상승에 따른 구조적인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이상한파로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면서 서민의 장바구니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물가 대책과 직결된 지식경제부ㆍ농림수산식품부ㆍ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부처뿐 아니라 기상청ㆍ통계청ㆍ농촌경제연구원ㆍ대형마트 담당자까지 불러 물가 실무자 회의를 하고 있다.
재정부의 물가회의는 통상 재정부 국장급이 주관하는 물가 실무자 회의와 차관보급이 주관하는 물가 책임관 회의를 거쳐 물가관계장관회의로 이어진다. 최근에 물가 실무자 회의에 기상청까지 소집된 것은 이상 한파 등이 농산물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기상청의 장기예보가 물가관리에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달만 해도 이상한파와 폭설로 채소류 출하가 많이 줄어들면서 배추와 무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달에도 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시설재배 품목의 가격이 평년보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설재배의 경우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비 부담이 늘어나 상품가격이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정준석 과장은 "기상청이 처음으로 농산물 가격수급 대책과 관련한 물가 회의에 참석해 봄철 기후 정보를 제공했다"며 "3월에는 평년보다 온도가 낮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오는 4월에는 온도가 평년 수준으로 회복돼 농산물 출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강수량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민간 유통 시장에서 수급 관리를 맡고 있는 대형마트 관계자들도 불러 별도의 물가 실무자 회의를 열고 시장가격 동향을 알아보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제 민간에서 유통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유통업자"라며 "이들의 정보를 활용해 물가 관리에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와 함께 각 부처 장관급의 잇따른 결석으로 힘이 빠진 물가관계장관회의의 고삐도 바짝 죄고 있다. 물가장관회의는 물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처들과 관세청ㆍ국세청 등 청급 기관의 수장이 참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 재정부와 농식품부ㆍ공정위ㆍ국무총리실을 제외한 대부분 의 부처에서 장관 대신 차관이 참석해 물의를 빚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누군가는 출석률을 체크하고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청와대 공직기강팀도 장관들 출석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