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녹스`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법원이 최근 세녹스가 `가짜 휘발유`는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정부는 판매 단속과 함께 세금 추징에 나서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제조사인 프리플라이트측은 주부 부처인 산업자원부를 `공권력 남용`으로 형사 고발하는 한편 8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 와중에 세녹스와 성분이 비슷한 `유사 세녹스`도 길거리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세녹스 판매는 제조사와 유통업체, 소비자가 세금을 안 내고 과실을 나눠먹는 것이다.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는 왜 엉뚱하게 주행 성능이 휘발유와 같다는 식으로 논점을 흐리고 있나.”
정유업체의 항변이다. 이들은 또 일부 방송이 편향된 보도를 했다고 세녹스측의 로비설마저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일단 세녹스는 가짜 휘발유는 아니다. 법원의 판결 대로 승용차가 별 탈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석유 제품이다.
하지만 첨가제도 아니다. 허가를 내줬던 환경부가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첨가제의 연료 혼합비율을 1% 미만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상식으로 봐도 40%나 주유되는 연료가 첨가제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로운 대체 에너지도 아니다.
세녹스는 솔벤트 60%, 톨루엔 30%에 알코올 10%를 섞은 단순한 석유 혼합물이다. 간단한 화학 상식과 허름한 창고 하나만 있으면 일반인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세녹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오로지 휘발유에 부과되는 ℓ당 800원 가량의 교통세ㆍ교육세ㆍ주행세 등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원가는 휘발유에 비해 40%나 비싸다. 세녹스의 정체는 한마디로 `세금을 안 낸 휘발유`다. 결국 “세녹스 판매는 탈세 행위”라는 정유업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정유업계는 일방적인 피해자일까. 일부 정유ㆍ화학업체는 직ㆍ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프리플라이트에 솔벤트나 톨루엔 등을 공급,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2001년 `철모르고` 세녹스 승인을 내주는 등 정부가 뒷북 행정으로 일관하는 동안 세녹스 제조사와 판매업체는 물론 일부 정유사와 소비자들까지 떡고물을 나눠 챙겼다는 얘기다. 이 와중에 세금을 낸 대다수 국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최형욱 산업부 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