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기승부리는 '부동산 불패' 신화

여윳돈이 있으면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을 사겠다는 국민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토지에 관한 국민의식을 조사해 지난 79년 및 85년, 2000년과 비교해본 결과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이 79년에는 28.6%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난해에는 57.4%로 늘어났다. 특히 투지 유형별 선호도를 보면 과거에는 농지, 택지, 투자 목적의 농지ㆍ임야 등의 순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투자 목적의 농지ㆍ임야, 택지, 농지 순으로 나타나 부동산을 거주용나 사업용으로 보기보다 재테크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대신 여윳돈으로 개인사업을 하겠다는 응답은 39.9%에서 7.6%로 크게 떨어졌다. 최근 수년 동안 수도권 주택 가격이 폭등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국민들이 부동산 투자에 경도되는 성향을 탓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우리 경제의 성장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국민들의 창업정신마저 쇠퇴하고 불로소득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여간 큰 일이 아니다. 또한 토지의 공공성보다는 개인의 소유권을 우선하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정책 입안과 실행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 다만 불로소득 환수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다소 늘었고 토지보다는 건물에 대한 투자선호도 증가폭이 더 커 공급확대로 안정적인 주거대책이 자리잡으면 부동산 투자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 국민은 자산 비중 가운데 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는 과거 건전한 자본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던 탓도 있겠지만 과도한 수도권 집중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주거 불안정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주택공급 부족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다시 땅값 상승을 견인해 기업 비용까지 높이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국력을 모아 경제선진국으로 가려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부동산정책과 자본시장육성책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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