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지점 단기외채 규제한다

당국 "700억弗 넘어 전체 50% 육박… 외환시장 불안 주범"
과세보다 본점 차입금등 직접규제 택할듯


정부가 외국계은행의 무분별한 단기 차입을 규제할 방침이다. 그간 외환시장 불안의 주요인으로 꼽혔던 외은지점의 과도한 단기외채에 대해 당국이 외환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든 것이다. 18일 외환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의 단기외채가 지난해 2ㆍ4분기부터 급증하면서 700억달러를 넘어 전체 단기외채의 50%에 육박하고 있다"며 "외채구조 건전성을 불안하게 하는 잠재요인으로 부각돼 규제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외은지점은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올 1∙4분기까지 외화 유∙출입의 롤러코스터를 조장하며 외환시장 혼란을 초래한 주범으로 꼽혔지만 당국은 시장 개방화를 주창한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책을 꺼내 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은행세 도입 등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일면서 호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규제 방식은 간접규제보다 직접규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과세하는 간접규제보다는 직접규제 방안이 효율적이라는 데 당국 간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본점 차입금을 제한하는 레버리지(유동성) 규제를 통해 시장의 불안요소를 축소하는 동시에 장기 차입을 유도하겠다는 속내다. 당국은 아울러 외은지점 설립 요건을 강화하는 영업승인(라이선스) 규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미 14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재정위 답변에서 "은행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같은 날 국회 정무위에서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에 대한 규제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여러 가지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서 감지돼왔다. 당국은 다만 외은지점에 대한 직접규제는 다른 나라의 규제 움직임에 발맞춰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다음달 국경 간 자본거래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으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외채동향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외환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외은지점 규제 외에도 대외채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 재원조달 비율 강화, 외화유동성 비율 규제 정비 등 외환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국은 외환동향점검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재정부와 금융위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ㆍ금융연구원ㆍ국제금융센터ㆍ은행권ㆍ수출기업이 보통 분기에 한 번 참석하는 이 회의를 수시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외채와 외화자금 시장, 외국인 투자 등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이 큰 만큼 신속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당장 위안화 절상 이슈와 하락세인 원∙달러 환율, 대내외 수급여건 및 변수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달 말쯤 외환동향점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재정부는 외환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로서의 권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재정부가 한은(거시 분야)과 금감원(미시 분야) 등 분산된 외환 관련 정보를 통합해 총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