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라고 꼭 골목상권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대형마트와 손잡고 글로벌 상권까지 사로잡을 계획입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순희네 빈대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추근성 사장의 목소리다.
대형마트의 상생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중소협력업체 및 전통상인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대형마트의 대표 상생협력 사례를 분석해 성공적 상생을 위한 3가지 노하우를 공개했다. 대형 유통기업들이 골목상권과 상생을 위해 오랫동안 고민하며 체득한 노하우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대형마트 상생노하우 ① “결정적 한 가지를 해결하라”
‘결정적 한 방’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상생에서도 요구되는 능력이다. 기술과 역량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업체에게 브랜드·판로·자금 지원을 통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을 도와주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이렇게 결정적 한 방을 통해 중소업체를 지원하고 있다.
첫째, 브랜드이다. 롯데마트는 중소협력업체와 공동 개발하는 ‘손큰’, ‘어깨동무’ 브랜드 시리즈를 통해 우수 중소업체를 발굴·육성하고 있다. 두부, 치약, 세제 등의 제품을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하여 최근 2년간(‘13~’14년) 총 5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두부, 자몽차, 액체세제 등 일부 품목은 상품군내 매출 1위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이것은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업체와 롯데마트의 브랜드 지원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적재적소’의 자금지원이다. 이마트는 단열에어캡(일명 ‘뽁뽁이’) 제조 중소업체인 ‘현대화학’에 원자재 확보와 신제품 투자비용으로 동반성장기금 5억 원을 지원했다. 현대화학은 이 자금을 통해 비수기인 여름철, 원자재를 미리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결과 작년 겨울 43만개의 판매실적을 달성하였다. 이마트는 이와 같이 동반성장기금을 마련해 중소기업들이 단기자금에 대한 부담 없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셋째, 판로이다. 대형마트는 유통기업 본연의 역량을 발휘하여 중소업체판로를 개척하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마트의 ‘LOTTE 창조경제 Mart’이다. 지난해 12월 롯데월드몰에 개점한 창조경제마트는 판로가 없었던 개인창업자·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아이디어 제품 120여개를 판매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해외구매 계열사인 ‘테스코 인터내셔널 소싱’을 통해 국내 중소협력업체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2년(‘13~’14년)간 27개 협력회사와 약 8,000만 달러의 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대형마트 상생노하우 ② “미래를 공유하라”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는 ‘주고나면 끝’나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미래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대표적 방법이 협력업체의 기술과 대형마트의 노하우를 활용해 상품을 공동 기획·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는 중소업체에게 획기적 성장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이마트는 광장시장 명물인 ‘순희네 빈대떡’을 빈대떡 가게와 함께 상품화해 지난 2013년 9월에 출시했다. 전통시장은 이를 통해 골목상권을 넘어 전국상권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출시 이후 지난 2월까지 누적판매량 12만개, 9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4월에는 이마트와 함께 도쿄 식품박람회에 출품해 해외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5월 중소업체인 한국바이오플랜트와 함께 즉석밥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마트는 20억 원의 자금을 한국바이오플랜트에 선 지원하고, 생산설비 마련 및 쌀의 파손을 줄이는 세척 공정, 공기접촉을 최소화하는 밀폐 라인 등 첨단 설비 도입을 지원했다. 그 결과 즉석밥 출시 후 3개월 간, 롯데마트는 즉석밥 매출이 20%가량 증가했으며, 바이오플랜트는 200%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상생노하우 ③ “사람을 중요시하라”
성공적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물질적 지원보다 더 중요시해야 하는 것이 협력사 및 전통상인과 인간적 관계다. 협력사와 전통시장 상인의 애로에 공감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향상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을 위한 노력이다.
대형마트 3사는 협력사와 중소상인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일방향적 교육을 넘어 협력사 임직원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사전에 조사하고 맞춤 개발해 고객 분석, 최신 마케팅 트렌드 등의 실무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협력사 임직원을 위한 동반성장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해외동반진출 과정, 관리자 역량향상과정 등 350~450여개의 강좌를 개설해, 지난 2012~2014년까지 총 3,500여명의 협력사 임직원에게 교육을 제공했다.
중곡제일시장 내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상인과 공감한 대표적 사례이다. 이 매장은 지난해 9월 전통시장과 상생을 위해 채소·과일·수산물 등 신선식품을 자진 철수했다. 또한 시장상인과 소통을 통해 시장상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통로개방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소비자들이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 문을 통과해 시장 내부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마트 상생협력활동에 대해,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우수한 협력업체가 곧 대형마트의 경쟁력”이라며, “대형마트와 납품업체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생의 협력관계”라고 말했다. 또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관계에 대해 “‘골목상권 대 대형마트’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