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목장에선 왜 컵라면만 팔까

행자부·경제단체 규제혁신 토론회
"각종 규제로 식당·숙박시설 불가
산지관광특구 특별법 제정 필요"
공기관 입찰장벽 개선 등도 요구


한 해 40만명이 방문하는 강원도의 대관령 목장은 현재 관광객에게 컵라면만 팔고 있다. 초지법·백두대간법·자연공원법·수도법 등 8가지 법률로 꽁꽁 묶여 있어 식당이나 숙박·체험시설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스페인의 120m 절벽 위 호텔로 유명한 '론다 파라도르'는 매년 엄청난 수의 관광객과 숙박객을 끌어모은다. 또 이탈리아 포시타노 지역의 계단식 호텔도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탐방 코스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호텔 건립이 불가능하다. 경사도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행정자치부 주최로 열린 '경제단체와 함께 푸는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과도한 규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장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대한상의·외국상의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총출동해 대표적인 10가지 규제에 대한 애로사항을 발표했다. 전경련은 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산지로 세계적 산악관광국인 스위스보다 5배나 면적이 넓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원근 전경련 본부장은 "한국은 스위스·프랑스 등과 비교할 때 산악관광과 관련한 부처와 법률이 각각 10개·20개가량 많다"며 "일괄적인 규제완화를 위해 산지관광특구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는 불합리한 인증규제와 공공기관 입찰참가 진입장벽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고 대한상의는 법령에 근거 없이 폐기물 처리업체 허가기준을 규정하는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날 외국상의도 참석해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보선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부사무총장은 "수입 화장품의 경우 품질이나 안전과 상관없이 단순히 한글 라벨표시만 해도 화장품 제조업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오늘 토론회에서 발굴한 10가지 핵심규제 중 해결 가능한 과제와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부처 협의를 거쳐 즉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