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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나 정당, 국회의원이 복지법안을 제출할 때 재정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한 법안도 함께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대선기간 동안 포퓰리즘 예산법안이 무더기로 쏟아졌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선이 끝나고 연말 열린 새해 예산안 심의에서 지역의 민원성 예산을 대거 끼워 넣는 등 복지예산이 체계적으로 사용되지 않아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인수위의 핵심 관계자는 9일 "인수위 경제분과 간사와 인수위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관행과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페이고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안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면서 "입법화가 필요한 만큼 새누리당과 면밀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정부부처 업무보고가 끝나면 국회동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협의를 진행하고 이르면 올해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정책집행에 필요한 예산확보를 중시한다. 대선 기간 각종 정책공약을 발표할 때에도 공약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별도 자료로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예산계획이 결여된 정책은 없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인수위가 페이고 제도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박 당선인의 이 같은 경제운용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간 27조원, 집권기간인 5년간 135조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총선 등 굵직한 선거마다 여야 의원들이 복지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인수위의 이 같은 방침에 새누리당은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페이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당론을 모을 것"이라며 "야당과도 긴밀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정수입을 감안하지 않은 무분별한 복지관련 법안이 쏟아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복지법안과 재정수입 법안을 같이 제출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고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페이고 원칙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미국처럼 법적으로 의무화된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입법안의 경우 대부분이 의무지출을 규정하는 법안이지만 정부가 페이고 원칙 도입을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