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새 구두를 사야 해] “올 봄 사랑을 해야 해”라고 주문을 걸어야 할 것 같은 영화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는 구두만 보면 미치는 슈어홀릭이다.

영화 ‘비러브드’는 구두 한 켤레로 사랑이 시작되고 그 사랑은 위태롭지만 45년간이나 지속된다.

박찬욱 감독은 여성성과 구두를 자주 은유하는 감독이다.

‘스토커’에서 주인공 인디아는 생일마다 구두 선물을 받고, 여성성을 지닌 여성이 되던 열일곱살의 생일에는 하이힐을 선물 받는다.

‘박쥐’에서는 상처투성이 맨발의 태주(김옥빈 분)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사람은 그녀가 사랑하지 않는 남편(신하균 분)이 아닌 그녀가 애정을 느끼는 현상현(송강호 분)이다.

구두는 이렇듯 여성성의 은유다. 하필 신데렐라에게 꼭 맞아야 하는 것은 왜 유리구두였을까? 꼭 맞는 코트 일수도 꼭 어울리는 립스틱일 수도 있는데.

영화 ‘새 구두를 사야 해’도 구두의 은유와 맥을 같이한다.

여동생와 파리로 여행을 온 사진 작가 센(무카이 오사무 분)과 어린 나이에 파리에서 정착한 신문 에디터 아오이(나카야마 미호 분). 길을 걷던 아오이는 발을 삐끗하고 그러는 사이 센의 여권을 밟고 구두 굽은 부러진다. 센과 아오이는 구두를 통해 남자와 여자로 시작된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파리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추억도 마치고 돌아간 센이 아오이에게 구두를 보낸다.

파리에서 벌어진 일들에는 모두 ‘얘기’가 되는 마법이 있다.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도 바로 이 마법에 걸려있다. 게다가 각본 연출에 일본의 전설의 드라마 작가 기타가와 에리코, 제작은 ‘러브 레터’ ‘4월 이야기’의 이와이 슈운지 감독, 음악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맡았다고 한다면 ‘새 구두를 사야 해’가 만들어내는 마법이 어떤 종류인지는 상상 가능하다.

섬세한 감성 묘사와 서정적이고 절제된 영상 그리고 이것들을 극대화하는 OST. 이 세 요소만으로도 영화 ‘새 구두를 사야 해’는 이 봄 사랑을 해야 한다고 관객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게 할 것이다. 그리고 관객은 센이 짧은 파리 여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갈 때 아오이와 나누는 롱테이크 작별인사 신에서는 그 주문을 이미 걸고 있고 그것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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