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열리는 경기가 많지만 축구팬들의 열성마저 꺾을 순 없는 일. 축구를 보면서 빠뜨릴 수 없는 파트너가 시원한 맥주 한잔이다. 축구와 맥주는 왠지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독일은 맥주의 나라. 하이트와 오비, 카스 등 국내 브랜드 맥주가 시장을 압도하는 가운데서도 새로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을 겨냥, 수입 맥주들이 속속 상륙하고 있다. 밀러,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정도였던 수입맥주 시장에 어느덧 독일 ‘벡스’, 아일랜드 ‘기네스’, 중국 ‘칭타오’, 벨기에 ‘스텔라 아르투아’ 프랑스 ‘크로넨버그 1664’, 남아공 ‘캐슬’, 브라질 ‘살바도르’ 호주 ‘포스터스’ 등 전 대륙을 망라한 맥주들이 등장,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맥주의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보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맥주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며 맥주 한잔, 부라보! ◇독일은 ‘맥주 종주국’ = ‘프랑스에 노천 카페(Cafe)가 있고 영국에 펍(Pub)이 있다면 독일에는 비어 가든(Beer Garden)이 있다.’ 맥주의 기원은 기원전 4,0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방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일반적으로 맥주의 본고장은 독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15세기경 독일 바바리아 지방에서 탄생한 라거(Lager) 맥주 때문. 그 이전까지 맥주의 효모가 발효를 끝내면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상면 발효가 주류였으나 효모를 맥주통 밑에 가라앉혀 발효시키는 ‘하면 발효법’(Bottom-Fermentation)이 새로 개발됐다. 라거는 하면 발효를 위해 얼마동안 창고(독일어로 라거)에 맥주를 저장하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가 라거 맥주이다 보니 자연스레 독일이 맥주의 본고장이 된 셈이다. 여기에다 독일 맥주 산업의 발전에는 16세기 바이에른 공화국의 빌헬름 4세의 양조 정책도 큰 기여를 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맥주는 수도원에서 제조됐다. 그러나 빌헬름 4세는 양조권을 장악하고 ‘맥주 원료로는 보리와 호프, 그리고 물만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맥주 순수령’을 내렸다. 당시 각 지방 맥주에는 갖가지 향료 식물이 사용됐는데 이 명령 이후 호프가 주원료가 된 것. 현재 약 6,000여종의 맥주가 있다는 독일은 ‘옥토버 페스트’ 같은 맥주 축제로 종주국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맛’ 국내 브랜드는=국내 시장 점유율 60%를 넘긴 하이트맥주는 지난 93년 출시 당시 천연 암반수를 사용, 깨끗하고 순수한 맛으로 한국 맥주 60년사에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맛과 향, 라벨 등을 리뉴얼했다. 하이트의 ‘프라임’은 수입 맥주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2002년 출시됐다. 100% 보리만을 사용, 기존 맥주 공정 과정 중에서 전분을 끓이는 공정을 생략하고 바로 맥즙을 제조해 거품이 미세하고 풍부한 맥주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되는 흑맥주인 하이트의 ‘스타우트’는 외국 흑맥주의 강한 맛이 부담스러운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춰 진한 맛과 향은 유지하되 쓴맛을 줄였다. 오비맥주의 ‘카스’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비열처리 프레쉬 공법으로 생산되는 100% 비열처리 맥주이며 특히 카스 생맥주는 젊은층 사이에 선호도가 높다. 또 2003년 새로 리뉴얼, 로고에 태극 문양을 넣은 ‘OB맥주’는 50년 양조 전통으로부터 얻어진 강화발효공법과 기존의 맥아와 호프 외에 쌀을 3.56g 첨가, 목 넘김이 탁월하다. 오비맥주의 프리미엄 맥주인 ‘카프리’는 투명한 병에 손으로 돌려 따는 트위스터 캡을 최초로 도입했다. 4.2도로 맛이 순하며 칼로리가 일반 맥주보다 20% 가량 낮다. ◇수입 맥주 어떤 게 있나=현재 국내에 수입 유통되는 맥주는 무려 200여종이다. 정통 수입맥주로는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칼스버스, 밀러 등이 대표적. 지난 1863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하이네켄은 당시 ‘하면 발효’라는 새로운 양조 방식과 암스텔강 물을 사용한 깨끗한 물 전략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하이네켄 코리아는 5월부터 병 길이가 길어진 새 디자인의 병맥주 ‘XLN(Xtra Long Neck)’을 내놓았다. 또 최초의 휴대용 생맥주 개념인 ‘하이네켄 드래프트 케그’ 를 새로 출시, 개봉 후 30일 동안 생맥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맥주인 버드와이저는 독일 억양의 이름이 미국 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후 현재 단일 맥주 브랜드 판매량 세계 1위다. 안데르센과 함께 덴마크의 2대 자랑거리로 불리는 칼스버그는 덴마크 왕실 지정맥주이며 하이트가 칼스버그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마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1759년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가 설립한 ‘아일랜드의 명물’ 기네스 맥주는 구운 보리의 구수하고 쌉쌀한 향이 깃든 ‘드라이 아이리시 스타우트’ 맥주로 흑맥주의 글로벌화에 성공했다. 아일랜드에서는 '기네스를 먹기 위해선 3분을 기다려야 한다' 라는 말이 있다. 기네스는 자연적으로 올라오는 거품이 모두 잔의 끝으로 올라가 잔의 3분의 1 가량 됐을 때 마셔야 하는데 거품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보통 2~4분 걸리는 데서 나온 말이다. 독일 북서부 브레멘(Bremen)에서 창시자의 성을 상표로 1873년 만들어진 벡스(Becks)는 전통적인 독일 맥주 제조법에 따라 제조돼 전세계 120여개국에서 판매되는 ‘정통 독일 라거맥주’. 우유 한컵보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걱정이 없다고 한다. 라틴어로 별(Star)을 뜻하는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는 1366년 이래 맥주마을로 불려온 벨기에 루벤에서 유래된 600년 전통의 라거 맥주다. 스카치 위스키를 만드는 방식으로 생산돼 체감 알코올도수가 본래 도수인 5.2도보다 높게 느껴진다. 또다른 벨기에 맥주인 레페(Leffe)는 중세 수도사들이 직접 손으로 빚어 맥주를 만들었던 양조 기술과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다. 알코올도수는 6.5도. 프랑스 판매 1위인 ‘크로넨버그 1664’ (Kronenbourg 1664)도 최근 수입됐다. 1664라는 이름에서도 알수있 듯 3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며 에펠탑 형태의 병 모양으로 프랑스 파리를 연상하게 하는 시각적인 멋까지 느낄 수 있다. ‘홉 중의 캐비어’로 불리는 알사스산 홉으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진한 벌꿀의 맛과 향이 오래 남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가 수입 판매하는 기린 이치방(Kirin Ichiban)맥주는 첫번째 짜낸 맥즙을 사용하는 독특한 제조법을 사용한 최고급 원재료의 프리미엄급 맥주. 호주 1위의 맥주 브랜드인 ‘포스터스’는 1880년대부터 생산된 호주 최초의 라거 맥주로 맛이 독특하고 청량감이 있다. 싱가포르 프리미엄 맥주인 ‘타이거’도 수석무역이 새로 들여왔다. 1932년 첫 출시된 타이거 맥주는 동남아시아 등 7개국에서 생산돼 유럽, 미국, 남미, 중동 등 세계 6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미세한 열대 과일향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