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하반기 실적 악화 막자"… 마른수건 짜기

●금융사 잇단 비상경영 왜
예산 줄이고 투자 자제 등 고강도 긴축경영 나서
부동산투자·PB사업 강화… 추가 먹거리 발굴도 적극



올해 금융계의 실적악화는 연초부터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정도로 다분히 예상됐던 부분이다. 1ㆍ4분기의 금융지주나 은행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자 우려감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했지만 2ㆍ4분기의 저조한 경영실적이 드러나자 업권 구분 없이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반기에는 실적악화 요인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히고 있다. 비상경영을 선포하는가 하면 예대마진 등을 이용한 수익 이외의 먹거리를 찾는 데도 분주하다. 경기가 긴 'L'자형의 침체국면이 불가피한 만큼 국내외 경기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먹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의 장기간 침체가 예상돼 수익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마른 수건도 다시 짜자'…너도나도 비상경영 선포=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일 금융계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고강도 긴축을 통한 '슬림경영'이 주요 내용이다. 예컨대 지주사 차원의 대규모 투자는 최대한 억제하고 모든 계열사가 경상비와 판매관리비 등 예산을 최대한 절약하는 식이다.

NH농협은행도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신충식 NH농협은행장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수익성 확보를 위한 여신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농협은행은 연체율 1.0% 이하, 고정이하여신비율 1.7% 이하를 목표로 하는 '뉴스타트1017' 운동도 추진한다.

신용카드사 역시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올해만 수천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때맞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포인트나 마일리지ㆍ할인 등 카드 부가서비스를 기존보다 절반 이상 줄인 데 이어 카드사별로 영업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신한카드ㆍ롯데카드ㆍ현대카드 등은 불필요한 대외 모임을 축소해 영업비를 절감하고 있고 삼성카드는 퇴실 1시간 전 에어컨 끄기 운동을 펼칠 정도다.

◇확장경영은 자제…'추가 먹거리 찾아라'=경기가 쉽사리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금융계는 공격적인 확장경영을 자제하고 대신 틈새시장 공략으로 수익성을 찾겠다는 복안이다. 틈새 부동산 투자나 프라이빗뱅킹(PB)사업 강화는 물론 사업 아이디어 공모 등으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5,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오피스빌딩ㆍ비즈니스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운용은 국민은행 등 계열사가 맡는 구조다. 신한은행은 신한투자증권과 손잡고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센터를 개점했다. 아울러 200여명의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전담조직을 신설, 상품뿐 아니라 세무ㆍ부동산ㆍ가업승계 분야의 전문가 자문서비스를 강화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2009년 전략기획부 산하에 '신사업 인큐베이터'를 신설하고 지난달 3기를 발족했다. 기업은행도 '신상품ㆍ신서비스 아이디어 공모'를 실시해 총 2,000건에 이르는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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