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재일동포들의 본명 찾기

'내 이름은 아키(亞樹)가 아니라 아수에요. 오늘부터 '선아수'라고 불러 주세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최근호(11.5)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 오사카(大阪)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이 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재일동포 선아수양이 전교생 700여명 앞에서 `본명 선언'을 했다.이 자리에서 '선아수'양은 '조선사람으로 서자면 이름부터 밝혀야 해요. 그것 조차 돌파하지 못하면 어떻게 차별과 경쟁의 사회에서 살아나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아수양의 '본명선언'이 보여주듯 재일동포 사회에서는 요즈음 '일본 이름을 쓰고 조선 사람인 자기를 숨기는 것은 결국 민족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된다'며 일본식 이름을 버리고 본명을 쓰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다. 이는 재일동포 사회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신세대 동포 사이에 `민족 정체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시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총련 오사카 본부의 김정의 국제부장도 오래전에 `가네야마(金山)'라는 이름을 버렸고, 1급 건축사로 일하고 있는 량신철씨도 요즘 `료 신데츠(梁信哲)'라는 일본이름 대신 본명을 사용하고 있다. 평생을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온 부모로부터 자신의 본명을 들어보지 못한 동포 신세대들로써는 본명을 쓰면서부터 비로소 '민족적 긍지를 가지게 됐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한편 조선신보는 재일동포들이 일본식 이름을 많이 쓰게 된 배경의 하나로 일본 당국이 1947년 5월 공포한 `외국인 등록령'을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 등록령'은 동포들이 공식 서류를 작성할 때 `외국인 등록증' 상의 일본식 이름과 인감을 쓰도록 규정함으로써 '행정이 교묘한 방법으로 동포로 하여금 일본식 이름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비난했다. 한 재일동포는 조선신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식 이름을 쓰면서 우리말을 쓰는 사람과 비록 우리 말은 못해도 당당히 본명을 쓰는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이 훌륭할까요'라고 반문하고 '조선사람의 피가 흐르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국적이 아니라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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