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대학입시 자율화 방안 발표 후 교육 현장과 학생들 사이에서 지난 1980년 폐지된 대입 본고사가 사실상 어떤 형태로든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 전문가 등은 인수위가 3불 정책(본고사ㆍ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을 유지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힌 만큼, 특히 본고사 부활 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는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 “대학교육협의회법을 개정해 본고사가 부활하지 못하도록 자율 규제하는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들도 자연계 논술을 폐지하고 영어 지문도 없애겠다고 발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연세대와 고려대 등은 2008학년도 논술시험에서 본고사에 가까운 논술로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던 만큼 2009학년도에도 어떤 식으로든 이런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교육 현장의 시각이다. 또 인수위 측이 내건 ‘자율 규제’ 자체가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한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그간 교육부가 행정적 제재나 예산지원 삭감 등 대학들에 겁만 줬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과거 본고사를 왜 폐지했는지 다시 고민을 해서 대학들이 변칙 행동을 하지 못하게 법제화 등 보다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대학이 수능 성적이나 논술 등에 의존해서 뽑지 않게 하기 위해 내신 반영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단지 점수가 아니라 학생의 특기ㆍ잠재력 등 다양한 적성을 반영할 수 있게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좋은교사운동ㆍ학벌없는사회만들기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교육대통령을 위한 국민의 선택’의 송인수 운영위원장은 “본고사라는 허울만 없었을 뿐 대학별 논술 자체가 본고사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며 “대학들이 당장은 논술 폐지 등 인수위 측에 화답하겠지만 변별력에 있어 수능 시험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상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언제든 (본고사) 비슷한 시험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과거 형식의 본고사 부활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가이드라인이 폐지되면 수시모집 논술에서 변별력 강화를 위해 한 문제 정도는 어렵게 내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이 이사는 그러나 “2008학년도 대입에서도 그런 문제는 있었으니 ‘본고사 부활’로까지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영어로 일반 과목을 가르치게 한다는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안에 대한 우려도 크다.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조장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애순 전교조 대변인은 “벌써부터 영어 관련 주식 시장이 활황”이라며 “결국 사교육 수요만 증폭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