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도 외환위기 조짐

정치불안·선진국 릴레이 금리인상에 외국인 자금 이탈
한달만에 리라가치 21%·주가 20% 폭락


아이슬란드에 이어 이번에는 터키에 ‘외국인 자금 이탈→주가 급락→환율 급등’으로 이어지는 금융 불안의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 불안과 선진국의 릴레이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생긴 것으로 한국의 현 상황과도 다소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어 위기를 조기에 차단할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1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터키 통화인 리라 가치는 5월 이후 한달 만에 21%나 급락하고 주가도 20%가량 폭락하는 등 외환ㆍ금융 불안이 점증하는 양상이다. 리라 환율은 1년반 이상 달러당 1.3~1.4리라의 안정된 수준을 유지해왔는데 지난달 초 1.3098리라에서 지난 5일에는 1.5850리라까지 솟구쳐 올랐다. 이는 지난 2001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것이다. 환율은 일단 1.55리라 수준에서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국제 금융가의 우려는 여전하다. 이 같은 혼란 상황은 선진국들이 줄줄이 금리를 올리면서 지난 2~3년간 들어왔던 외국인의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대거 청산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행정부와 군부 등 기득권층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종교적 갈등 심화, 정부와 재계의 알력 심화 등 정치불안이 이어지면서 경제정책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여기에 터키 정부의 유럽연합(EU) 가입 의지가 후퇴하면서 유럽 투자자본도 이탈하고,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과 경상수지 적자 등까지 겹쳐 경제 전반에 이상징후가 발견되는 조짐이다. 이에 따라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3.25%에서 15%로 5년 만에 크게 올리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5년 전 위기 때보다 경제 펀더멘털은 나아져 실제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번질지는 불투명하지만 터키 불안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기피 성향을 증가시켜 경제체질이 취약한 여타 신흥개도국으로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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