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우리나라에서 단군신화가 설화가 아니었고 그 혈통이 실제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내용의 영화가 개봉된다면? 영화의 작품성을 떠나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흥미를 끌었을 것이다.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은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고 그 혈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있다는 내용의 팩션(faction)으로 전 세계에서 3,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가톨릭의 근간을 흔드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가톨릭 국가에서 특히 큰 관심을 보였다. 소설을 바탕으로 론 하워드 감독이 만든 영화 '다빈치 코드' 역시 원작의 유명세에 힘입어 개봉 첫날 세계 90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국내에서도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그 해 박스오피스 9위의 성적을 거뒀다. 오는 14일 개봉할 '천사와 악마'는 론 하워드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다빈치 코드'의 전편이다. '다빈치 코드'보다 먼저 출간된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 코드' 속 사건 발생 1년 전 이야기를 다룬다. 소재는 '다빈치 코드' 때와 마찬가지로 가톨릭을 둘러싼 비밀이다. '다빈치 코드'는 당시 칸 영화제에서 개막됐을 때 '지루하다', '서스펜스도 스릴도 로맨스도 없다'는 언론의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흥행에 성공한 것은 가톨릭 국가의 원작에 대한 높은 관심과 종교계의 반발 등 영화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다빈치 코드' 와 같은 패턴이 '천사와 악마' 에도 적용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가톨릭 국가만큼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오지도 않을 수도 있다. 비밀결사대 '일루미나티'의 거대한 복수를 5시간 안에 막아야 한다는 영화의 설정은 긴장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지만 5시간 동안 쫓아다니기만 하는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의 추격전에서는 긴박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천사와 악마' 그 이름값을 해내며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