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대통령 3명을 법정에 세운 12·12 및 5·18사건과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났다. 아울러 9개월간의 마라톤으로 진행되면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 재판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앞으로 대법원의 상고심이 남아 있지만 사실심리가 아니라 법률적용 여부의 잘못만 심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종결된 것이나 다름없다.항소심에서 전피고인은 사형에서 무기로, 노피고인은 22년6월에서 17년으로 대폭 감형되었다. 재판부는 감형이유로 전피고인은 대통령 재임 때 경제성장과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 노피고인은 군사반란과 내란 당시 종범이고 직선제 대통령이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1심때와 똑같이 범죄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재확인하면서도 형량을 대폭 경감, 단죄의 수위를 낮춘 것에는 국민화합 정신이 배경에 깔려 있으리라 짐작되지만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역사바로세우기의 순수성 문제와 함께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2심에서도 핵심사안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끌어내지 못한 점과 최대 핵심증인인 최규하 전대통령의 증언을 듣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따라서 12·12 당시 최전대통령이 정승화육참총장 연행재가 때 신군부로부터 협박당했는가, 5·18광주학살의 발포명령을 누가 내렸는가, 최전대통령이 하야를 강요당했는가 등 역사적 진실은 기약없이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됐다. 진실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역사는 바로세워지기 어렵다.
12·12 및 5·18사건과 함께 주목되었던 비자금 사건 관련 일부 재벌들에 대해서도 형이 대폭 경감되었다. 1심 때와 같이 혐의는 인정되나 국내외에서의 경제활동과 법집행의 형평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이 주는 교훈은 결코 적지않다. 무엇보다 성공한 내란이라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며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실과 법치주의 정착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지난날 오랜 관행이었던 정경유착과 정치자금 비자금 수수가 뇌물죄로 단죄됐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욕과 검은 거래의 관행이 사라져 청정한 사회분위기와 정도경영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