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인하지연 또 '얌체상혼'

예대마진 확대 우려 제기

시중은행들이 시장금리의 하향안정세에 맞춰 예금금리는 신속하게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신중한 검토를 이유로 미적거리고 있어 '얌체상혼'이라는 비난섞인 눈초리를 다시 받고 있다. 지난 8월 콜금리 인하 때처럼 예대마진 확대 등 비난이 재연될 판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목표수준 하향조정 결정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상품의 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외환은행[004940]이 시장금리 연동형 정기예금 상품금리를 지난 12일 0.2%포인트 내린데 이어 한국씨티, 국민, 조흥은행이 일부 예금 금리를 인하했고 16일부터는하나, 우리, 제일은행 등이 가세했으며 신한, 기업은행 등도 동참할 예정이다. 금리인하에 전산작업 등 준비가 필요한 점에 비춰볼 때 거의 곧바로 의사결정을내린 셈이다. 그러나 고정금리형 대출상품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상품의 60∼70%가 시장금리 연동형이고 이들 대출 금리는 기존 대출분까지 포함해 금리가 자동적으로 내려가는 만큼 금리변화가 전체 손익에 미치는 영향분석이 끝나야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런 점에서 고정금리형 대출상품 금리 인하는 예금금리보다 의사결정이 늦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발빠른 예금금리 인하는 이런 논리보다는 수익만 생각하는경향이 짙은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의 경우 콜금리 하향조정에 따른 금리전략을 최종 확정하기도 전에 시중금리를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점포장 전결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떨어뜨렸으나 고정금리형 대출상품의 금리는 전혀 손도 대지 않았다. LG경제연구원의 조영무 연구원은 "90년대 이후 콜금리 인하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대응경향을 보면 예금금리를 대출금리보다 더 많이 내려왔다"며 은행들이 주장하는 논리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의 건전성 제고측면에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등 다양한 수익원 창출에 나서기 보다는 금리인하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9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연 3.51%로 콜금리가 인하된 8월이후 두달간 0.33%포인트 하락했으나 대출금리는 연 5.74%로 0.22%포인트 내리는데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