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수입 333억달러 사상최고 기록/소비재수입 증가속도 자본재 앞질러/대홍콩 무역수지 100억불 흑자 “눈길”지난해 무역수지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2백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2백6억달러라는 적자 규모도 문제지만 내용면에서도 지난해 나타났던 취약점이 올해 갑자기 개선될 가능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우선 수출부진이 심각했다. 수출주력 품목인 반도체, 철강의 가격하락과 엔저 등의 영향으로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8.2%나 감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년 49.9%에서 44.2%로 크게 하락했다. 개도국에 대한 수출도 증가율이 95년의 32.7%에서 지난해 15.6%로 떨어져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를 반영했다. 전체적으론 95년중 수출증가율이 30.3%에 달했는데 비해 96년엔 3.7%로 급락,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났다.
자동차(26.4%. 1백14억6천2백만달러), 기계류(10.8%. 1백53억6천5백만달러) 등의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19.3%. 1백78억4천3백만달러), 철강제품(26.8%. 73억1백만달러) 등이 국제가격 하락의 여파를 이기지 못한 채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내며 전체적인 수출부진을 주도했다.
수입급증도 우려할만한 수준이었다. 수입증가율이 94년의 22.1%, 95년의 32.0%에는 미치지 않았으나 여전히 11.3%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자본재나 원자재에 비해 소비재수입의 증가속도가 빠른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소비재수입 증가율은 94년이후 24.6%, 27.8%, 21.1% 등 계속 2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은 올들어서도 개선될 여지가 없어보인다. 소비재중에서도 승용차(62.9%· 4억4천3백만달러)와 가사용구(16.9%· 3억7천4백만달러)의 수입증가가 두드러졌다.
대일수입의 감소와 대미수입 급증은 지난해 무역수지의 최대 특징으로 꼽힌다. 일본으로부터 수입은 전년대비 3.5% 감소한 3백14억4천9백만달러에 그친 반면 미국으로부터 수입은 9.5% 증가한 3백33억5백만달러를 기록,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최대 수입국자리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대미적자가 1백16억달러를 넘어서 95년 한해동안의 적자총액 1백억6천만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대일적자가 여전히 1백56억달러로 최대를 기록중이지만 지난해의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경우 올해말쯤이면 대미적자가 대일적자를 앞지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역수지면에서 홍콩에 대한 흑자규모도 눈여겨볼만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홍콩과의 무역을 통해서만 99억8천8백만달러 흑자를 기록, 그나마 수지개선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수지개선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홍콩이 오는 7월 중국에 반환된 후에도 여전히 무역수지 악화를 저지하는 역할을 해줄 지는 미지수다.<손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