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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연결도로에 바리케이드… 관광객보다 많은 경찰들 경계
장병 8대 조상까지 신원조회
공장 가동중단·차량 2부제 등 "행사 준비로 경제악화" 지적
인도·필리핀 등 주변국들은 中 '군사굴기'에 예민한 반응
중국의 항일전쟁 전승 70주년 열병식을 이틀 앞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 출근시간이 막 지난 오전10시가 되자 공안과 무장경찰들이 서둘러 창안제(광장과 연결되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했다.
열병식을 앞둔 베이징은 이미 계엄 상태다. 톈안먼 광장으로 들어가는 창안제 입구부터 공안과 무장경찰·특수경찰 등이 도로변은 물론 골목마다 경계를 서며 검문을 강화했다. 또 규모를 알 수 없는 사복경찰들도 경계를 서고 있다. 창안제는 2일 11시부터 출입이 전면 통제된다. 평일에도 관광객으로 붐볐던 왕푸징은 관광객보다 사복경찰과 무장경찰이 더 많이 보였다. 주변 가로등과 시설물에는 '폭파방지 점검완료'라는 스티커가 붙어있고 거리의 시설물 등은 모두 사용이 통제됐다.
열병식이 치러지는 톈안먼 광장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인민대회당·국가박물관 등 톈안먼 주변 관공서와 건물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일제히 내걸렸고 시내 중심 상가에도 붉은색 깃발들이 걸렸다. 만리장성 모양으로 만들어진 열병식 단상은 이틀째 내리는 비를 피해 푸른색 덮개로 덮여 있다. 단상 옆에는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자금성 인근 베이징호텔은 아예 건물 자체를 초록색 철망으로 둘러 출입을 통제했다. 시내 곳곳에도 열병식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역사를 잊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 '순국선열의 희생 잊지 말자'는 표어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안전관리를 위해 중국은 이번 열병식 참석 인원의 신원조회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인 보쉰은 행사 기간의 요인암살, 정변기도, 전투기 고의충돌 등 중대사건을 우려해 열병식에 참가하는 장병들과 전투기 조종사에 대해 8대 조상의 행적까지 샅샅이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열병식 신원조회에 신경을 쓰는 것은 지난 2년간의 군부 내 부패개혁에서 고위 장성 100명 이상이 축출됐고 아직 상당수가 사정 대상에 올라 군의 정변과 요인암살 기도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보쉰은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열병식으로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열병식 블루(스모그 없는 열병식)'를 연출하기 위해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고 차량통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시내 전체에 차량 2부제를 시행했고 시내 건축공사를 중단시켰다. 차량 2부제가 베이징시 외곽에 해당하는 5환로 밖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베이징·톈진·허베이성·산시성·네이멍구자치구·산둥성·허난성 등 7개 지역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 자정까지 오염물질 방출을 지난해 동기 대비 30% 이상 감축해야 한다. 석탄보일러, 시멘트 업체 등 총 1만2,255개사가 가동을 중단했다. 안전을 이유로 시내 상가도 문을 닫는다. 싼리툰부터 시작해 궈마오 등 창안제로 통하는 대로변의 모든 상가는 열병식 앞뒤로 문을 닫는다. 2~3일 이틀간 베이징 시내 지하철 10개 노선 일부 역의 출입구 역시 폐쇄된다.
열병식 통제는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행사 당일 시내 중심에는 무선인터넷·이동전화가 차단된다. 일부 외신들은 중국당국에서 중국인들이 서방 언론 사이트 등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상사설망(VPN) 등 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전격 차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이번 열병식이 중국의 군사굴기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주변 국가들이 불편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인도·필리핀·베트남 등은 남중국해부터 인도양까지 확장을 노리는 중국의 군사력 과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견제하고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신형무기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위협적인 해상 전략무기는 신형 쥐랑-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거리 8,000㎞로 실전배치 중이다. 쥐랑-2는 사거리 2,500㎞로 미국에 도달하지 못하는 쥐랑-1의 개량형으로 4개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다탄두 미사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