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이 끝난 1598년. 퇴각하던 왜군들은 조선의 도공 40명을 가고시마현(鹿兒島縣)에 포로로 끌고 왔다. 그 중 심당길(沈當吉)이라는 도공이 있었고 그는 가고시마 인근 미야마 마을에 공방을 차렸고 이는 현재 15대까지 이어져 가고시마현을 대표하는 ‘사츠마 도자기’의 주요산실로 꼽히고 있다. ‘심수관(沈壽官)’이라는 이름은 전대(前代)의 이름을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12대 때부터 사용하고 있다.
이 심수관 가문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미쓰코시 갤러리에서 막을 올렸다. ‘도자기 4세기, 한국에서 일본까지 도공 심수관 가문의 15대에 걸친 여행’이라는 제목의 전시에 심수관가 1대조 심당길부터 현 15대 심수관까지 모두 100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주불 일본대사관이 후원하는 행사지만 일본 도예의 근원이 조선 도공으로부터 비롯됐음을 확인시키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막에 앞선 설명회에서 심수관가 15대 계승자인 심수관(51)은 “한국에서 도자기 기술이 일본으로 전수됐다는 사실을 세계적인 무대인 파리에서 알리고 싶어 이 전시회를 갖게 됐다"며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심수관 가문 도공들의 땀과 눈물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이토 야스오 주프랑스 일본대사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온 조선의 장인들이 일본 도자기 기술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을 만들었는데 그 산 증인이 심수관 가문"이라면서 "오늘날 일본 도자기의 시조는 한국이고 일본에서 이를 400년간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박흥신 주프랑스 한국대사와 한동수 청송군수를 비롯한 한국 관계자들과 프랑스 도예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전시는 12월11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