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누르니 리모델링이 튀네…” 올해 들어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리모델링은 아파트 골조를 헐지 않고 집을 넓히는 것으로 완전히 새로 짓는 재건축과는 다르다. 하지만 재건축에 대한 잇따른 규제로 ‘꿩 대신 닭’식으로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리모델링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리모델링 연한이 20년에서 15년으로 단축되는 점도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 서울 방배동 옛 궁전아파트 등 성공한 리모델링 사례가 알려지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많이 불식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권에 국한됐던 리모델링 추진 움직임도 강북권은 물론 수도권 신도시까지 확산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규제가 주된 계기였다. 용적률 제한 등으로 재건축이 막힌 강남권에서 2001∼2002년 재건축 대안으로 시작된 것. 강남ㆍ서초ㆍ송파구와 용산구 정도에서 추진되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목동과 강북지역, 일산ㆍ분당ㆍ평촌ㆍ안양 등에서도 관심이 부쩍 늘었다. 목동 9단지가 지난해 12월 중순 사업설명회를 연 데 이어 10ㆍ11ㆍ13단지가 잇따라 주민대표를 상대로 한 설명회를 가졌다. 쌍용아파트 등 인근 200~300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들도 리모델링 추진 움직임이 빠르다. 쌍용건설의 관계자는 “목동은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입주를 시작해 대부분 15~20년 안팎의 단지들이어서 리모델링 연한 단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대단지 아파트는 물론 주변의 소규모 아파트들까지 잇따라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모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미도ㆍ보람ㆍ한양 등과 평촌 목련우성, 산본 한라주공, 일산 성저삼익, 분당 그린타운 등도 주민모임을 결성하는 등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불확실한 재건축을 기다리느니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강남권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계속 늘어 송파구 송파동 한양1차, 강남구 개포동 우성8차와 강동구 고덕지구 고덕주공9단지 등이 최근 고개를 돌리고 있다. 지난해말 리모델링공사를 끝내고 입주한 방배동 쌍용클래식예가(옛 궁전아파트)는 리모델링이 ‘발코니와 복도쪽으로 아파트 면적을 넓히는 정도’여서 재건축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많이 씻어냈다. 이 아파트는 법이 허용한 대로 전용면적을 30% 늘리고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한 첫 단지로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엘리베이터도 연결했다. 45평형의 시세가 12억원선으로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1년6개월 전보다 공사비 등 비용을 제외하고 4억원 가량 올랐다. 정부가 9월 시행키로 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재건축 사업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주택공급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여 리모델링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조합원들에게 개발이익을 돌려 주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분양가를 높게 정할 수 없어 결국 조합원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준공 15년 이상으로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서울에서 10만9,000가구(185개 단지), 분당 등 신도시 3만7,000가구(46개 단지)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리모델링을 투자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리모델링은 분양 수입 없이 자기 돈으로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재건축에 비해 개발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목동과 분당 등지에서 리모델링 이슈로 20평형대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지만 실제 리모델링이 추진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며 “리모델링은 투자목적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민동의율ㆍ건물연한 등의 완화로 리모델링 문턱은 낮아졌지만 걸림돌이 여전히 많다. 조합설립의 주민동의율은 3분의 2 이상이지만 착공 전 행위허가(사업승인)를 받을 때는 주민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리모델링에 적용되는 용적률ㆍ건물높이 등 건축제한의 완화 기준이 애매하다. 현행 법령에는 ‘완화할 수 있다’로만 돼 있고 구체적인 범위가 제시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