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통령까지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나라가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음을 말해준다. 오죽했으면 그러한 푸념까지 했을 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이를 전해들은 국민들은 “이러다가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닌 가”하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나라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이 그러한 말을 해도 되는 것인지의 논쟁은 제쳐두더라도 `참여정부`의 지난 3개월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의견제시나 정책건의로 `참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참여하려는 데서 문제가 비롯됐다. 너도 나도 하나라도 이익을 더 챙기려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앞세우고 있다.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집단이기주의 표출,즉 참여에 길을 열어준 것은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도산업과 두산중공업 파업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같은 친노조성향의 정부정책은 노조 등 각 이익단체에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화물연대는 국가경제를 볼모로 물류대란을 서슴지 않았고,결국 뜻을 관철했다. 정부가 원칙 없이 이익단체의 막무가내식 투쟁에 굴복하자 이제는 공무원 노조까지 몫을 챙기겠다고 나서고 있는 판국이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고 조정능력을 발휘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여정부 3개월간 가장 후한 점수를 주어도 괜찮을 한미정상회담 조차도 너도 나도 물고 늘어져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보혁 갈등에 불을 지펴 국론분열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나라를 위한 결정이었고 국민 대부분이 이를 환영한다면 일부 `지지층`의 비판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흔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일정기간 지켜봐야 한다고 한다. 국정을 파악할 시간을 주자는 뜻이다. 요즘의 혼란상황을 보면 지난 3개월간 무얼 했는지 의심스럽다. 국정 파악은커녕 통치철학조차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언행은 보다 진중해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일에 언급하고 간섭하면 내각은 복지부동상태에서 눈치보기 마련이다. 물류대란에 대한 내각의 뒷북치기식 대처가 이를 말해준다.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려면 법과 원칙을 확실히 세우고 청와대가 조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각계 각층이 가감 없이 주장을 내세워 갈등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이것만이 해결책이다. 필요하면 개각을 해서라도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통령직 수행에 위기감을 느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푸념을 참여정부 3개월간을 반성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결의로 받아들이고 싶다.
<임동석기자 fre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