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금강산 사건' 방북결과 브리핑] 여전히 남는 의문들 관광객인줄 모르고? 北 "알았다면 총격 없었을것" CCTV 시각오류? 디지털시계 늦는 경우는 없어 윤만준 사장 "北처음부터 합동조사 의지 없었다"
입력 2008.07.16 18:10:45수정
2008.07.16 18:10:45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경위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과 윤 사장이 직접 확인한 내용들에 대해 설명했다. 일부 의문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됐지만 그동안 제기된 숱한 의혹들을 일거에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고 박왕자씨가 해안선을 비상식적인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는 의혹은 CCTV의 시간조정 오류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과연 CCTV 타이머 오류가 가능한 일인지, 또 북측 초병이 관광객임을 인지하고 사격을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관광객인 줄 알고 쐈나, 모르고 쐈나=사격을 가했던 북측 초병은 날이 어두워 박씨의 신분을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게 북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피살시각을 오전4시55분~5시로 추정한다면 움직이는 사물이 사람이었음은 충분히 가늠할 만한 상황이었다는 게 윤 사장의 전언이다. 실제 그 시각에 현장을 둘러 본 윤 사장은 “그 시간대에는 움직이는 사물이 사람이라는 것은 충분히 파악할 만했다”며 “150~200m의 거리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등은 구분이 어렵겠지만 분명히 사람인지 아닌지는 가늠할 수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이어 “북측 관계자들은 만약 박씨가 관광객임을 알았다면 사살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수차례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 볼 때 북측 초병은 박씨가 관광객인지, 아닌지는 확실히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사람이라고는 확신했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무 규정에 따라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CCTV 시각오류 가능한 일인가=윤 사장의 설명대로 CCTV의 시각설정이 12분50초 빠르게 설정돼 있었다면 박씨는 30~40분가량에 걸쳐 2~2.4km를 이동한 것이다. 이 경우 박씨는 1분에 50~80m가량을 이동한 셈으로 50대 여인의 발걸음으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한 거리다. 따라서 당초 비상식적인 빠른 걸음으로 20분 안에 3~3.3km를 이동해 불거졌던 의혹은 어느 정도 풀린다.
하지만 과연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CCTV의 시간을 12분50초나 빠르게 설정해놓았다는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다. 디지털 시계는 아날로그 시계처럼 느려지는 경우가 없는데 정확히 12분50초를 앞당겨 설정한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윤 사장은 “사건 당일 최초 보고와 이번 방문기간에 파악한 사건 경위가 차이가 나는 것은 초동 보고가 정확한 현장 조사나 실측을 통해 이뤄진 게 아니라 북측 관계자 및 우리 직원들이 눈으로 대략 가늠한 결과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측 태도변화 없어 장기화 우려=윤 사장이 전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북측의 태도는 기존 입장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 진상조사를 위해 합동조사반 구성 등을 추진하고 있는 남측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자칫하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윤 사장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북측은 처음부터 합동조사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며 “합의서 위반이 아니라 불법침입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것이 북측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감’이라는 말 대신 좀더 정서적인 표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측의 입장은 이번 사태는 남측 관광객이 북측 영토를 불법 침입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당한 대응으로 북측 초병이 경고사격 후 조준사격을 했으며, 따라서 합동조사 요구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관광객들 중 경계 울타리를 넘었지만 별 일 없이 처리된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과연 북측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관련 한 전문가는 “금강산 관광은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북한에도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귀책 사유를 모두 남측에 떠넘기고 사건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