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금융권에 여성바람 분다지만 …

자산관리·소비자보호 국한 … '반쪽짜리 女風'
인사·기획·재무 등 핵심보직 여성인력 발탁 가능성 낮아
실체 제대로 파악하려면 부서장급 이하 인사 지켜봐야
국내 은행 여성임원 선임 현황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면서 금융권에 여풍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이 바람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은행이 새로 선임한 여성 임원들의 업무영역이 자산관리나 소비자보호 등과 같은 여성성이 강한 업무에만 국한돼 있는 데다 은행 인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부서장급 정기인사에서 인사·기획·재무 등 은행의 핵심 보직에 여성 인력이 발탁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연말·연초를 맞아 각 은행별로 부행장·본부장 등 임원급에 대한 정기인사가 실시된 가운데 대다수 은행들이 잇따라 여성 임원들을 발탁했다. 단연 물꼬는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텄고 이후부터 많은 은행이 뒤질세라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은 신순철 경기중부본부장을 첫 여성 부행장으로 선임했고 하나은행은 김덕자 남부영업본부장과 천경미 대전중앙영업본부장 등을 첫 여성 전무로 승진시켰다. 또 외환은행은 최동숙 영업본부장을 영업지원본부 전무로 발탁했고 대구은행은 양현숙 PB센터장을 시너지영업추진단장으로 선임하며 지방은행 중 최초로 여성 본부장을 배출했다.

특징적인 것은 기업금융 파트에서 오래 근무한 신순철 부행장 정도만이 예외일 뿐 신규 선임된 여성 임원의 대다수가 자산관리나 소비자보호·영업지원 등 여성성이 강한 업무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들 보직은 인사·재무·기획·여신심사 등과 같은 은행의 핵심 업무 파트에 비해 중량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성 인력이 과거에 비해 중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반쪽짜리 여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금융권에 부는 여풍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은행 인사의 꽃이라 불리는 부서장급 이하 정기인사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도 여풍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최근 나타나는 여성 인력 발탁 흐름은 국내 은행들이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이해 일종의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이달 중순께부터 올해 첫 부서장급 이하 정기인사를 실시한다. 13일 기업은행이 첫 테이프를 끊고 신한은행은 오는 22일 정기인사가 진행된다. 국민은행은 아직 날짜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15일 전후로 정기인사를 실시하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이달 중으로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다.

현재로서는 여성 인력들이 기획·인사 등과 같은 핵심 부서장에 발탁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서장급 인사 대상자 중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 인력풀(pool) 자체가 남성 인력에 비해 뒤처지는 데다 시중은행들이 여성 인력 발탁에 따른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우려하고 있는 탓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부서장급 인사 대상자 중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10분의1에 불과하다"며 "외환위기와 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여성 인력이 은행을 떠났기 때문인데 풀 자체가 없다 보니 여성 인력을 핵심 부서장으로 발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인사담당 관계자는 "여성 인력들은 수월한 경력 관리를 위해 여성성이 강한 자산관리나 영업지원 등의 업무에 지원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 같은 행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여성 인력의 중용은 찻잔 속 태풍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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