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가슴은 도대체 왜 에로틱한가

獨 한스 페터 뒤르 '에로틱한 가슴' 번역 출간

여성의 가슴은 도대체 왜 에로틱한가? 독일의 문화사학자이며 민속학자인 한스 페터 뒤르가 동서고금, 문명을 초월해사람의 몸에서 왜 여성의 가슴이 가장 에로틱한 부위로 취급됐는지 문명사적으로 밝힌 책 '에로틱한 가슴(원제 Der Erotische Leib. 한길사)'이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유럽 중세에서만 충동을 통제하는 인간 유형이 나타났고 이것이 바로 문명화의 과정이라고 주장한 독일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고전 '문명화 과정'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한마디로 '문명인'이라고 자부하던 서유럽인도 예나 지금이나 충동적으로신체 노출과 성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동물과 다름없는 존재라고 입증하면서 식민지 건설에 이용됐던 엘리아스의 논리를 비난한다. 아프리카 카메룬의 야운데족 출신인 한 남자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럽인은 언제나 우리를 야만인이나 원시인이라고 불렀소. 고백하건대 나도 나자신이 야만인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고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소. 그러나 하이델베르크의 네카어 강가에서 겨우 주요 부분만 가리고 다리를 벌린 채 햇빛 아래 누워있는 젊은 여자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나는 수치심으로 차라리 죽고 싶었소." 저자는 엘리아스에 도전해 자기방식으로 문명화 과정을 밝히는 소재로 여성성의 상징인 가슴을 선택, 사례와 도판을 들어가며 세계 각국·시대별 문명사를 소개한다. 엘리아스가 문명의 탄생기라고 칭송했던 중세에도 여성들의 상반신 노출 패션은 있었다. 가슴골까지 깊이 파진 데콜테는 점점 도를 더해 배꼽까지 드러냈으며 샤를7세의 연인인 아네스 소렐은 한쪽 가슴이 완전히 드러냈다. 저자는 16세기말 영국을 호령했던 처녀왕 엘리자베스 1세도 가슴이 깊이 드러나는 과감한 데콜테를 입었다며 이는 현대의 해변가에서 약간 나이들어 보이는 여자들이 가슴을 드러내 보이는 것처럼 허영심과 시들어가는 아름다움에 대한 실망을 떨쳐버리려는 노력이었다고 해석한다. 서유럽인들이 비문명이라고 깔본 아프리카나 인도에서도 이런 현상은 유사했으며 일본,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도 가슴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은 늘 존재했다. 가슴을 강제로 드러내게 하는 것은 지역과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치욕을 주는 징벌이었으며,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행위 역시 신성한 행위인 동시에 성적인 쾌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주는 행위로 간주됐던 것도 비슷하다. 박계수 옮김. 704쪽. 2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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