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퍼주기 지원 능사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9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희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우리 경제를 선진경제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연결해야 한다"고 한 데 이은 발언이다.

이후 이현재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를 비롯해 업계에서는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 스스로 혁신 노력을 하지 않는데 무분별한 퍼주기식 지원은 안 된다는 우려 역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정부 지원이 부족해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못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원에 안주하려는 '피터팬 신드롬'을 먼저 혁파해야 중견기업 부문이 강화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견기업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160개가량의 지원책이 일시에 사라져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160개에는 소상공인과 창업기업 지원이 모두 포함돼 있어 "정부 지원을 강조하는 의도적인 과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실제 해당 기업이 받던 세제ㆍ재정 등의 혜택은 47개이며 그 중 연구개발(R&D)ㆍ법인세ㆍ소득세ㆍ최저한세ㆍ금융지원 등 효과적인 지원책은 10개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중견기업 지원확대 요구는 상당수 중견기업들이 공공조달이나 정책자금ㆍ세제혜택 등 정부 지원에만 목을 매온 과거 중소기업 시절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가는 사다리를 놓되 피터팬 신드롬에 빠져 편법을 쓰거나 혁신을 게을리하고 성장을 기피하는 중견ㆍ중소기업에는 엄한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중견기업 입장에서 의욕적인 기업가정신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고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기술혁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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