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본부 앞날 어떻게 되나

정부가 현대그룹의 경영권분쟁과 관련, 구조조정본부(또는 구조조정위원회)해체를 촉구함에 따라 구조본의 기능 축소 또는 폐지가 불가피해졌다.하지만 현재 외자유치, 계열사 축소,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대안없는 해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의 재벌개혁 고삐를 죄게한 원인 제공자격인 현대는 28일 정몽헌(鄭夢憲) 회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갖고 그룹 의사결정 시스템의 수정작업을 벌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鄭 회장은 다음주초 향후 그룹운영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경영자협의회와 구조위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사외이사 등이 참여하는 투자심의회를 계열사별로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기업짐단의 총수를 계열자로 불러 그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그룹을 대외적으로 대표할 최고경영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룹 회장제를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위는 정부와의 협의 및 연락업무가 끝나면 연내라도 해체하되 경영자협의회는 계열사간 협의 및 친목기구로 한정시킬 방침이다. 전체 70여명인 구조위는 경영전략팀과 PR사업본부로 나눠져 있으며 경영전략팀은 그 아래 기업지배구조개선파트, 재무파트 등 3개파트에 임원 5명 포함, 모두 40명을 두고 있다. ◇삼성=정부가 구조본 해산 방침을 결정하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직 정부의 의지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침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고, 당분간 구조본 기능이나 위상에는 커다란 변화를 주지않기로 했다. 구조본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경영은 단기 실적 등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며 『당장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해도 미래를 위한 투자 등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 놓아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해서도 구조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인터넷, 바이오사업 등 계열사별로 수행하는 사업들의 인적, 물적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서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삼성 구조본은 재무팀, 경영진단팀, 인력팀, 기획홍보팀 등 4개팀에 80여명. 그 위로 핵심계열사 사장단 10명으로 구성된 구조조정위원회가 따로 있다. ◇LG=삼성과 마찬가지로 LG도 지금 당장 구조본을 없애거나 기능에 변화를 줄 계획을 생각지 않고 있다. 구조본에 대한 정부 입장이 원론적인 수준인데다 구조본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업무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 LG는 당장 정부측과 약속한대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연말까지는 구조본을 그대로 끌고 간다는 입장이다. 구조본 관계자는 『현재 42개인 계열사수를 연말까지 32개로 줄이고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위해선 구조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업조정팀은 지난해 39억달러의 외자유치를 성사시켜, LG가 그룹중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리게 한 일등공신이다. 정책위원회, 사장단회의도 경제동향 파악과 벤처기업 성공사례 등을 소개하는 세미나형식으로 바뀌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이 정착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SK=지난해말 부채비율 200% 달성이라는 가시적인 목표를 이룬 구조본은 올들어 사업구조조정에 업무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에너지·화학 및 정보통신을 축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외자유치 및 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구조본 관계자는 『단순히 자금을 끌어오기 보다는 외국기업의 선진 경영노하우 및 첨단 시스템도 함께 들여 오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점=구조조정본부와 경영자협의회 등을 완전 해체하는데는 현실적인 장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L 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구조조정은 영원히 계속해야할 것이지, 한번 하고 마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영속적 구조조정을 위한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정거래업무와 관련된 것이나,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 총괄적인 업무에 대해선 정부가 그룹의 단일창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구조본의 내부 수요와 함께 외부 수요도 없애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대안으로 지주회사 설립 요건의 완화를 추진하자는 것이 대기업들의 주장이다. /산업부입력시간 2000/03/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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