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거둬들이는 각종 부담금, 분담금 등 준조세들이 대부분 징수규모조차 공개되지 않는 등 대단히 불투명하게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또 준조세를 거둔 목적이 분명히 있음에도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등 사후 감시를 거의 받지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일 과징금, 부담금 등 각종 준조세의 근거법령 198건을 분석, 발표한 「준조세 관련법령 현황」에 따르면 준조세의 사용용도를 제대로 규정한 경우는 절반에도 못미쳤고 관련법령중 95%이상이 사후보고 등 최소한의 외부통제도 받지않고 있다.
◇준조세 징수의 기준이 없다=전체 198개 법령 가운데 준조세를 거두는 기준조차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12건에 달했다. 이들 법령은 하위지침이나 내부규정만으로 준조세를 거두는 것. 전경련은 『조세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준조세의 부과·징수절차를 법에 규정하지 않은 경우도 42건에 이른다. 그나마 절차를 규정했어도 대부분 「국세징수법 등의 절차를 준용한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세금을 다루는 세법에는 분명히 환급절차가 명시돼있는데 비해 준조세의 경우 환급절차가 아예 없다.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용용도조차 규정하지 않은 준조세가 많다=준조세의 사용용도를 규정한 법령은 198건중 86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12건은 사용용도가 아예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또 사용용도를 밝힌 86건중에서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재정자금으로 엉뚱하게 쓰이는 경우가 43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개발이익환수법에 따라 부과되는 「개발부담금」은 50%를 해당 지자체의 일반회계에, 나머지는 토지관리및 지역균형개발특별회계에 귀속시킨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부과되는 과밀부담금도 비슷하다.
◇적절한 통제수단이 없다=감사 등 준조세의 통제장치를 마련한 경우는 단 13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통제장치를 갖춘 13건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부끄러울 정도다. 보고·통고의무 9건, 기록의무 2건, 운용계획이나 회계의무 부과 2건으로 준조세가 제대로 사용됐는지를 실질적으로 파악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기업 활동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있는 준조세가 정당하게 사용됐는지를 가릴 법적인 통제장치가 아예 없다는 의미다.
◇전경련의 제안=전경련은 정부가 징수하는 준조세의 문제점을 종류가 다양하고 규모가 크며 산정과 부과기준이 불명확하고 사후통제가 어려우며 개념설정이 제대로 안돼있어 법령에 따라 서로 다르게 사용된다는 것으로 요약했다.
전경련 규제개혁팀 박승규(朴承圭)씨는 『준조세와 관련된 문제들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개별사안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않다』며 『통일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부담금 관리기본법이나 준조세경비 관리기본법을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손동영 기자 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