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를 살려라(사설)

국내 3대, 세계 17위 자동차 메이커이고 재벌순위 8위인 기아그룹이 자금난에 휘말려 부도방지협약 대상으로 지정됐다.업계에 충격이고 국민경제에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현실적인 과제는 정부와 금융권이 기아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다. 정부가 나몰라라 발뺌을 하고 금융권도 돈셈에만 눈이 어두워서는 안된다. 부도방지협약 적용이 국내외에 몰고올 충격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수출주력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경제질서의 혼란과 경영의욕의 위축, 대외 신인도 추락이 우려된다. 이같은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도 기아의 회생조치는 필요하다. 기아 경영악화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아 특수강이나 해외진출 등 무리한 투자에 자동차 업계의 과잉 중복투자에 따른 출혈경쟁이 경영을 악화시켰다. 불황이 겹쳐 수출부진, 재고누적, 조업단축, 그리고 할부판매 등 시장쟁탈전이 자금난을 부추겼다. 끊임없는 노사, 노노갈등도 경영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업계의 구조조정 파문에 이은 루머와 제2금융권의 성급한 자금회수에 있다. 자기자본비율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데도 무차별적인 대출금 회수와 회전 기피로 자금조달의 한계에 이른 것이다. 물론 최고 경영인은 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것이 기아 경영난을 방치하거나 제3자인수 또는 분할매각같은 조치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기아 회생과 경영정상화에 정부와 은행이 적극 나서야 할 명분은 기아는 우리가 지향하는 자본주의 발전의 모범기업이라는 점이다. 민족기업이고 민족기술로 경제발전에 기여한 국민기업이다. 소유분산이 잘 되어 있는 우량기업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 정착시켰다. 자동차에만 전념하는 전문화 기업이다. 선진국형 기업인 것이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별로 흠잡을 데가 없다. 정부가 추진해왔고 앞으로 추진해가야 할 기본정책 방향과 잘 맞아 떨어진다. 이런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에 부딪쳐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정부 정책의 실패의 한 단면이다. 금융운영의 비효율성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건전한 자본주의 발전을 위한 정책구현을 위해서, 본래의 금융기능 회복을 위해서 기아를 살려 정상화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 물론 기아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기아가 가능한 모든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노조도 늦었지만 구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도 기아 살리기에 관심을 갖고 동참할 것이다. 또다른 재벌인수에도 문제가 있다. 제3자 인수에서 해법을 찾기에 앞서 정부와 금융권이 적극 나서는 것이 순서다. 미국의 크라이슬러사를 회생시킨데는 기업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가 직접 지원했다는 사실을 남의 일로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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