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아는 만큼 보인다] <7>금리, 해금된 동반자

차입자에겐 비용이지만 금융상품 보유자엔 수익률


[경제, 아는 만큼 보인다] 금리, 해금된 동반자 차입자에겐 비용이지만 금융상품 보유자엔 수익률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최상목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필요한 사람은 금융상품 즉, 증권이나 채무증서를 발행하여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자금공급자는 대신 금융상품을 취득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가격변수인 금리는 우리에게 상반된 두가지의 얼굴로 다가온다.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수익률을 의미하지만 차입자가 될 경우에는 부담해야할 비용이 된다. 97년 경제위기직후의 고금리는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의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금융자산보유가 확대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익율의 움직임에 재산형성의 희망을 걸고 있다. 또 금리는 현재와 미래간 구매력이 교환되는 비율을 나타낸다. 자금대여자는 금리를 대가로 현재의 구매력대신 미래의 구매력을 선택하며, 차입자는 금리를 지불하여 미래의 구매력을 현재로 앞당긴다. 금리는 금융시장에서 뿐 아니라 기대 편익과 비용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경제적 의사결정에 있어 미래가치를 현재화하는 기준이 됨으로써 현재와 미래간 ‘시간적 거리’의 측정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리를 흔히 돈의 ‘가격’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 돈이 존재하지 않는 물물교환경제에도 금리는 존재할 수 있고 사과가 많아지면 사과가격은 떨어지지만 돈이 많아진다고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많아지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오히려 돈의 구매력이 떨어져 (명목)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명목금리를 사용하지만 실제 투자결정에 있어 중요한 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예상 물가상승율을 뺀 실질금리이다. 1930년대 대공황기간중 명목금리는 0에 가까웠는데도 실질금리가 양(+)의 수준을 유지하여 투자위축이 가속화된 것은 극도의 경기침체로 물가하락기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금리는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준다. 우선, 금리는 개별 금융상품 발행자가 만기에 계약이행을 하지 못할 가능성 즉, 신용위험을 나타내기도 한다. 신용위험 측정 지표로는 당해 금융상품과 무위험자산인 국채의 금리차(스프레드)를 사용한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이 그 예이다. 또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물경기나 유동성 상황 등에 대한 신호를 보내준다. 예를 들면 자금수요자인 기업의 사업전망이 좋아지거나 예상 물가상승율이 높아지면 자금수요가 증가하여 금리가 상승한다. 정책당국입장에서는 금리는 시장과 대화를 하는 통로가 된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등 정책목표달성을 위한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정책금리(콜금리)를 조정하면 금리, 유동성, 환율, 자산가치 등 길고 복잡한 경로를 통해 가계의 소비나 기업의 생산ㆍ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이 과정에서 총수요와 물가에 영향을 준다. 금리는 또한 향후 경제상황의 예측을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는 경기회복이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경우 확대되고 경기후퇴나 물가상승율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축소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인류의 역사중 긴 기간을 금리는 어둠과 편견에 갇혀 있었다. 15세기 중상주의의 도래와 산업혁명전까지 금리는 차입자의 불행을 악용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수익으로 죄악시되어 왔다. 그러나, 금융행위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금리도 빛을 보게 되었고 잠재성장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고령화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생산’보다 생산을 통해 얻은 소득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진 우리에게는 인생의 새로운 동반자로 금리와 가슴설레는 만남이 이미 시작됐다. 입력시간 : 2007/11/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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