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쯤 주식시장이 조정에 들어갈 것 같습니까.” 최근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넘어서자 상당수 거액 자산가들이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적절한 주식매입 시점을 문의하고 있다. 자산가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상가를 비롯한 부동산이나 해외 펀드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국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송재원 신한은행 강남센터 PB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의 투자성향은 보수적인 편인데도 최근에는 주식매입 시기를 상담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해외 펀드와 국내 펀드 투자비중이 9대1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비중이 5대5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 팀장은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가면 즉시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코스피지수가 1,400~1,500포인트였을 때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을 빼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던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코스피지수가 1,450이 됐을 때 고객들에게 환매한 후 단기상품으로 자금을 굴리다가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면 다시 투자하라고 권유했었다”며 “예상과는 달리 증시가 계속 상승세를 보여 아주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당수 고객들은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금을 굴리면서 조정시점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영재 국민은행 이촌동 PB팀장은 “조정시점을 기다리는 고객들에게는 지수가 1,500대 초반으로 떨어질 때를 노리라고 권유한다”며 “올해 말이면 주가가 1,7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에 조정국면에 들어가면 더 많은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양용화 외환은행 PB본부 부동산팀장은 “상가 등의 수익률도 5~6%대에 불과한데다 건물관리 등에 필요한 노력을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수익성은 그 이하로 내려간다”며 “부동산의 매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고 팀장도 “부동산 투자는 적어도 앞으로 3년간은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급매물 외에는 권유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인응 강남교보타워 PB팀장은 “최근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을 비롯한 천연자원 관련 펀드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