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공화 "시퀘스터 땐 네 탓"

"의회 태만… 발동시기 연기를"
"계획없이 증세만 고집 말라"
책임 떠넘기며 공방 가열

베이너

미국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삭감을 의미하는 '시퀘스터(sequester)'를 눈앞에 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네 탓'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타이거 우즈와 골프 등으로 '대통령의 날' 연휴를 즐긴 뒤 백악관에 돌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퀘스터를 다시 한번 연기하라고 의회를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3월1일 연방정부의 예산삭감이 시작되면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활동할 수 없게 되며 죄수들은 풀려나고 교사와 경찰관들은 해고될 것이라며 이 같은 '워싱턴발'위기를 막기 위해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의회는 타협하지 않고 있다. 함께 협력해서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로 야만적인 시퀘스트레이션이 다음주 금요일 발동되게 됐다"며 의회를 비난했다.

아울러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감축하려면 세수입을 증대시켜 정부 지출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고 전제한 뒤 자신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공화당의 반응은 냉담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신뢰할 만한 계획은 내놓지 않은 채 세금인상만 고집하고 있다"며 "시퀘스터에 대한 민주당의 새로운 고민은 알고 있지만 말로 해결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국방비 삭감에 반대하는 존 매케인 등 공화당 소속 3명의 상원의원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최고 운동가(Campaigner in Chief)' 대신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이 필요하다"라며 여론몰이로 의회를 압박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태를 꼬집었다. 공화당은 추가 세금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세금감면 축소 등으로 세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재정절벽 협상을 통해 일부 부자증세 등에 합의했지만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시퀘스터 발동시기를 3월1일로 연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때까지 백악관과 의회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이번 회계연도 850억달러를 포함해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번주 말까지 의회가 휴회하고 25일 개회하는 점을 감안할 때 협상날짜는 불과 나흘에 불과해 재정절벽 때와 같은 벼랑 끝 합의가 없다면 시퀘스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퀘스터가 시작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서 밝힌 것처럼 당장 범죄자가 풀려나는 등 연방정부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기관별로 지출삭감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에 점차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예산국(CBO) 자료를 인용해 시퀘스터에 들어가면 올해 재량지출 350억달러, 의무지출 90억달러 등 총 440억달러가 삭감될 것이며 나머지는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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