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Watch] "한살이라도 젊게…" 주말마다 피부과 찾는 김 상무

기업 임원들 '童顔 신드롬'
위로 올라갈수록 생존·승진 기회 줄어
"젊게 보여야 오래간다" 외모관리 열풍


서울에서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후반 김 상무는 최근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아 얼굴의 얼룩을 제거하는 시술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외모관리에 무지했던 그가 성형외과에 가게 된 것은 최근 열풍인 그루밍족(패션ㆍ뷰티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회사 안팎에서 "검버섯이나 점이 나이 들어 보이게 한다"며 동안시술을 권유해서다. 그는 "후배들이 보기에 나이가 든 것 같으면 저 선배는 나갈 때가 되지 않았냐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임원들에게 회사생활 1~2년은 노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어떻게 해서든지 버텨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50대 초반의 이 전무는 얼마 전 휴가를 내서 급기야 코 성형수술을 감행하고 모발이식도 시도했다. 보수적인 성향의 그가 성형수술이라는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나이 들어 보인다는 지적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갈수록 젊은 피가 수혈되는 현실에서 노안인 나로서는 위기감이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40~50대 임원들 사이에 '동안' 열풍이 불고 있다. 외모로 개성을 한껏 드러내는 '꽃중년'을 꿈꿔서가 아니라 '정년연장의 꿈'을 위한 분투 때문이다. ★관련기사 16면

피라미드형인 기업조직은 위로 올라갈수록 생존의 기회가 급감한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가운데 0.8%만 기업의 '별'인 임원 자리에 오른다. 이 꿈을 위해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반복되는 야근과 술자리ㆍ주말접대 등을 견뎌낸다. 그렇게 회사에 충성하며 마침내 '별'을 달고 살아남았더니 이제는 젊어 보여야 더 오래 다닐 수 있는 험난한 시대를 맞은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 임원들 사이에서는 머리카락 염색이나 다이어트는 기본 코스가 됐다. 피부과에 가서 검버섯이나 점을 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가 하면 심지어 모발이식ㆍ성형까지 고민하는 임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임원이 되면 일단 퇴사 후 재입사하고 연간 단위로 계약하는 신분이 된다는 불안감도 이들의 동안을 향한 욕구에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명함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 불안한 이들로서는 한살이라도 어려 보이면서 자기관리에 투철하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외모 가꾸기에 열의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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