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미 깊숙히 발을 들여놓은 재정적자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동안 세출증가율이 5%대에 그치는 초긴축예산을 편성해야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할때 사실상 세출동결조치나 다르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해마다 15~16%대의 재정규모 확대가 관행화된 우리 현실에서 재정지출을 그만큼 줄이는 것이 가능할것이냐에 대해서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여건이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대로 조성될 경우에 이같은 초긴축을 이루어야 하는데 자칫 삐끗거리기라도 하면 정부의 재정적자 탈출노력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재정은 마치 어느지점에서부터는 폭이 좁아지는 위험천만한 선로를 달리는 기차와 같다. 적어도 앞으로 5년간은 재정적자를 탈출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대외적인 변수를 차지하더라도 혁명적인 정부개혁과 살을 깎는 부문별 예산감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건전재정 달성은 요원한 목표로 끝날고 말 것이다.
다음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중기재정계획의 주요 정책과제다.
◇중기재정운영방향= 세입부문은 2000년대에 들어서도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출을 억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동안 15%내외의 증가율을 유지해온 재정지출 증가율을 5%대로 낮추는 초긴축예산이 필요한 것이다. 올해대비 6.2% 증가한 내년예산을 편성하면서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예산당국이 2000년에는 5.8%, 2001년 5.3%, 2002년 4.7% 등의 증가율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 KDI의 시나리오다.
이같은 재정여건하에서도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정부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기업부실이 증가하면 금융개혁을 위해 더 많은 재정자금이 필요하다.
재정은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하는데 적자재정에서 탈출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이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기조절수단으로 재정정책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효과적인 통화정책과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 KDI의 처방.
◇세입대책=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조기실시하고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조세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하고,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실효 조세부담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소득의 세원포착률을 높혀야 한다.
또 부가세를 본세에 통합하고 유사세목을 통폐합하는 등 조세체계를 간소화해 납세자의 조세순응비용과 세정당국의 행정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각종 기금은 국회의 세입·세출심의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개선하기 전이라도 예산당국이 현재 갖고 있는 기금운용계획에 대한 협의권을 편성권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기금의 세입확대 및 세입축소에 의한 추가적 여우자금 확보를 통해 공공여유자금의 규모를 확대, 이를 경제구조조정에 필요한 국공채 인수와 SOC투자 등을 위한 융자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분야별 지원계획= 영점기준(제로베이스)에 입각, 지출우선순위에 따라 성역없이 모든 분야에 대한 세출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국방·교육·농업 등의 분야는 지출비중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보건·사회보장·SOC 분야는 지출비중을 높혀야 한다.
또 재정지원방식을 전환, 무조건적인 재정지원확대보다는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쟁여건을 제고하고 책임의식을 강화함으로써 시장기구를 통해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부문별로 보면 금융구조조정은 부실채권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에 대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수립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한 부실채권을 조기매각하고 은행증자지원도 시장에 매각하는 등 투입된 자금을 조속히 회수해야 한다.
사회안전망구축은 실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동부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빈곤계층의 복지서비스를 확대하는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공근로사업은 사회복지단체 등 민간단체에 대한 사업대상 응모을 통해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SOC투자는 중장기적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확대하되 투자재원의 확보를 위해 교통세인상, 사용료 현실화, 외자유치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기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