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노스럽에 눈독…록히드마틴 제치고 업계 1위 올라설 수 도
미국이 국방 예산 절감에 나서면서 군수업계에 인수ㆍ합병(M&A)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2위인 보잉이 3위인 노스럽 인수를 통해 록히드마틴을 제치고 세계 최대 군수업체가 될 수 도 있다는 추측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보잉의 방위ㆍ우주ㆍ보안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데니스 뮐렌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워싱턴에서 개최된 우주항공국방 서미트에 참석, “무인항공기와 사이버보안, 감시시스템 관련 업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보잉이 노리는 업체가 노스럽이라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됐다. 노스럽은 화물항공기, 제트전투기 등을 만드는 전형적인 군수업체가 아니라 사이버보안, 무인항공시스템 등 하이테크 군수 물자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해온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측 속에서 노스럽은 지난 주 증시에서 주가가 4% 상승, 지난 10일 58.7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알링턴 소재 싱크탱크인 렉싱턴인스티튜트의 로렌 톰슨 국방정책 전문가는 “국방 예산 감축을 시장이 받아들인다면 대형 업체 중 한 두 곳은 인수ㆍ합병에 나설 것”이라며 “이런 흐름은 과거부터 늘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93년 윌리엄 페리 국방부 장관 대행은 군수업계 최고 경영자들과 가진 ‘마지막 만찬(last supper)’에서 “앞으로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선 인수 합병이 필수적”이라고 밝혔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냉전 종결 후 20년 동안 국방 예산이 줄어들었고 항공기제조업체는 8개에서 3개로, 미사일 제조업체는 13개에서 4개로 축소됐다.
현재 미국 군수업계는 펜타곤의 국방 예산 감축은 물론 이라크에서 미군의 전투 활동이 종결됨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수업계에 M&A 바람이 불더라도 보잉-노스럽과 같은 초대형 M&A가 성사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우주항공방위분야 전문투자은행인 제인캐피탈파트너스의 릭 필립스 이사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면 두 업체의 M&A 가능성은 높다”며 “하지만 연방 감독 당국이 독점 금지 이슈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형 업체간의 거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웨슬리 부시 노스럽 CEO가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른 지 1년도 안된 점도 두 회사의 M&A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필립스 이사는 “현재 회사 조직 재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부시 CEO가 보잉에서 일하고 싶어할 지는 의문”이라며 “물론 주주들에게 충분한 돈을 쥐어준다면 상황이 어찌 될 지 는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