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회는 24일 노동자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 연금 납입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급 개혁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는 최근 독일의 여야가 의료 보장 혜택을 축소, 정부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내용의 건강보험 개혁안에 합의한데 뒤이은 조치로 유럽 국가들의 `복지 개혁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복지병` 수술에 나서고 있는 것은 삶의 질 향상도 생계가 뒷받침된 다음에야 가능하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때문.
이와 관련,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4일자)에서 최근 몇 년간 악화하고 있는 유럽의 경제 상황으로 인해 각국 정부가 경제ㆍ사회 개혁에 가속을 내고 있으며 이에 반해 유럽의 강성 노조들은 힘을 잃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佛 정부 `인기`보다 경제 살리기가 우선=장 피에르 라파렝이 이끄는 중도 우파 정부는 노동자들의 비난을 감수하며, 개혁 의지를 관철시켜 나가고 있다. 국민들의 인기를 얻기보다 눈앞에 닥쳐 온 위기를 막는 것이 더 급하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이날 프랑스 상원과 하원이 인구 노령화, 경제 활동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연금 제도 붕괴를 막기 위해 완전한 연금 수혜 조건이 되는 연금 납입 기간을 연장하고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연금 납입 기간을 점진적으로 통일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통과시켜 프랑스 정부의 개혁 절차는 앞으로 속도를 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혁안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연금 납입기간은 현재의 37.5년에서 오는 2008년에는 40년, 2020년에는 42년으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노동계는 개혁안이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지난 5월과 6월, 대대적인 파업과 시위를 벌였으나 정부의 개혁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프랑스 정부는 앞서 오는 8월부터 저소득층 복지혜택차원에서 시중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이자율을 보장해주는 `리브레 A`저축예금의 고정이자율을 기존 3.0%에서 2.25%로 0.75%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한바 있다.
◇독일 등도 복지 혜택 축소로 경제난 타개 노력= 10%가 넘는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에서도 정부가 나서 실업 연금 혜택을 줄이고 중소 기업들의 직원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내용의 `아젠다 2010`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노조에 독점 당한 일자리를 젊은이들에게 나눠주자는 것.
이 같은 내용의 개혁안에 대해 최근 들어서는 서민층들의 지지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집권 초기인 1998년에도 현재의 안과 비슷한 경제 개혁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한때 유럽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자임해왔던 독일이 최근 3년간 유럽 지역에서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경제난이 심화되자 슈뢰더 총리의 개혁안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게 된 것.
독일의 노조연합은 물론 이 같은 슈뢰더의 개혁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근 독일 금속노조가 옛 동독 지역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을 서독과 같은 주 35시간으로 낮춰달라며 파업에 돌입했지만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결국 철회했다.
이밖에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역시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안을 추진중에 있으며 오스트리아도 노조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고 연금 지급액을 최대 10%가량 줄이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승인,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