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동양그룹 후폭풍] 주요그룹 2금융사 보유… 재계 "일부 문제로 제도 강화땐 경영 치명타"

■ 다시 고개 든 금산분리론
'사금고화' 동양파이낸셜대부 계열사에 1조5,621억 지원


삼성 같은 거대 그룹에서 금융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소하다. 금융계열사들을 모두 모아봐야 3ㆍ4분기 영업이익만 1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 금융계열사는 겉으로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19.3%,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7.3%를 갖고 있는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다. 가운데 고리인 삼성생명이 끊어지면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보험ㆍ증권ㆍ저축은행ㆍ캐피털 같은 2금융권 회사 소유가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산분리가 강화됐다지만 정확히는 금산분리가 아닌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다. 9%였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한도는 다시 4%로 줄어들었다.

대기업이 2금융권 회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그룹들은 금융계열사를 하나씩 끼고 있다. 이 중 증권계열사는 회사채 인수 임무를 떠안고 있다. 동양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증권사를 갖고 있으면 회사채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은 제대로 된 영업은 하지 않은 채 그룹 물량만 소화하는 수준에 머물기도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동양증권은 그룹 회사채 발행물량의 약 94.8%를 인수했다. 동부는 35%가량이고 SK와 삼성도 각각 22.5%, 18.5% 수준에 달한다. 한화와 현대자동차 계열 증권사들도 그룹 전체 물량의 20% 안팎을 가져갔다.

롯데나 동부 같은 그룹은 금융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고 실제 적지 않은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롯데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ㆍ롯데캐피탈이 있고 동부는 동부저축은행과 동부캐피탈ㆍ동부증권ㆍ동부생명ㆍ동부화재 등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 현대캐피탈도 넓게 보면 현대차그룹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룹이 잘나갈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사정이 악화될 때 2금융권 회사들이 악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양증권과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도 동양그룹이 자금난에 빠지자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을 위해 총동원됐다. 웅진그룹은 부실저축은행을 잘못 인수했다가 그룹 전체에 부담을 주기도 했다. 또 대기업들은 퇴직연금을 계열사에 몰아주는 등 금융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 LG그룹도 2금융권에 진출했다가 끝이 안 좋았다"며 "그룹 총수의 사금고처럼 이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재계는 좌불안석이다. 산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2금융권 회사 소유를 인정해오다가 이제 와서 강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대기업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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