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추가매입 시사… 달러 '연중 최저' 근접

유로당 1.3780弗 기록… 2월보다 10% 절하
"금융위기 최악탈피" 인식 확산도 약세 부추겨


끝없이 이어지는 미국의 달러방출이 달라가치 하락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가 상승압박을 받기 시작했으며 엔화 및 유로화 가치가 상승하는 등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달러화 투자 매력이 줄고 있는데다 미 정책 당국이 시중에 유동성을 추가 공급할 것임을 시사하면서 달러 약세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환율변동으로 국내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화는 20일(현지시간) 현재 유로당 1.3780달러를 기록, 연중 최저 수준(1월2일 유로당 1.3921달러)에 근접했다. 달러가치는 올해 가장 강세를 띠었던 지난 2월 중순과 비교하면 10%가량 절하됐다. 엔화와 비교해서도 달러화(달러당 94.88엔)는 두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는 최근 금융시장이 최악의 위기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리스크 헤지 자산으로서 달러화의 인기가 시들해진데다 경기부양 및 부실기업 회생을 위해 미 정부가 달러를 사실상 무제한 방출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날 공개된 지난 4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사록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침체가 기대와 달리 여전히 심각하다는 인식 아래 일부 FRB위원들은 추가 국채 매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FRB로서는 경기회복 속도를 살펴가며 언제든 국채 매입을 통해 달러 유동성을 늘려갈 개연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FRB는 앞서 지난 3월에도 3,000억달러 규모의 장기 국채를 매입, 시중에 달러를 방출했다. 굳이 FRB의 4월 회의록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미 정책 당국의 유동성 공급은 필연적이다. 주택 가격 급락으로 자산 가치가 크게 줄어든 가계는 소비보다는 저축에 몰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06년 말 1%도 안 되던 가계 저축률은 4%를 웃도는 상황이다. 가계 소비 위축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로서는 시중에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유도해서라도 가계 소비를 진작시켜야만 하는 입장이다. 금융위기가 최악의 고비를 넘겨 안정권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점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기반이다. 금융 지표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3개월 만기 달러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는 연초 1.4%를 웃돌았지만 현재는 0.71%에 불과하고 3월 중순 무렵 6,500선까지 떨어졌던 다우종합지수는 8,400~8,500선을 오르내릴 정도로 회복했다. 달러화를 보유하기보다는 증시나 회사채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슈로더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워렌 하일랜드 머니 매니저는 “미 재무부가 7월부터 은행의 부실자산 매입에 나서기로 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 은행들의 자본확충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전되면서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시장 여건을 보면 달러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달러화 하락으로 국내 수출 업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수출주도형인 한국 경제의 위기를 뜻하는 만큼 정책당국의 과단성 있고 섬세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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