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 반환 기여 박병선 박사 타계

정부, 국립묘지 안장 추진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들을 반환받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재프랑스 서지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민재 박병선 박사가 22일(한국시간 23일) 프랑스에서 타계했다. 향년 83세. 정부는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파리 한국문화원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근처에 빈소를 마련하고 고인의 유골을 국립묘지(납골당)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생전의 박 박사와 유가족으로부터 고국에 묻히고 싶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국립묘지 안장이 확정되면 고인의 유해는 현지에서의 장례 절차를 마친 뒤 한국으로 온다.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프랑스에서 타계한 박 박사 유족에 조전을 보내 위로했다. 고인은 서울대 역사교육과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대ㆍ고등교육원에서 역사학ㆍ종교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사서로 일하던 1972년까지 세계 최초의 활자 인쇄본으로 알려졌던 구텐베르크의 성경책보다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발견하고 한국 학자들의 무관심과 비판 속에서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임을 증명해내 '직지 대모'로 불렸다. 고인은 그 공로로 2007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또 1975년 도서관 별관에 있는 먼지투성이의 파손도서 창고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내 한국에 알리고 도서 반환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190종 297권인 외규장각 도서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2개월간 강화도 강화읍성에 주둔하면서 약탈해간 문화재 중 일부다. 녹색 표지에 문고리가 장식으로 달린 외규장각 도서는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고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어람용(御覽用ㆍ왕이 보는 서책) 의궤(왕실에서 거행된 의례의 전모를 소상하게 기록한 서책)다. 고인은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긴 프랑스 국립도서관장이 1980년 사표를 요구하자 사서 일을 그만두고 매일 도서관을 방문해 외규장각 도서를 열람하며 목차와 내용을 옮겼다. 그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1992년 한국 정부가 직접 프랑스에 도서 반환을 요청하고 나섰고 결국 올 3월 약탈된 지 145년, 발견 33년 만에 대여 형식으로나마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고인은 그 공로로 올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인은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10개월 만에 파리로 돌아가 병인양요 관련 저술 준비작업을 해왔지만 병세가 악화돼 올 8월 파리에서 재수술을 받은 뒤 요양해왔다. 그는 병석에서도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라는 제목의 외규장각 도서 약탈 과정 집필을 계속하다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유언으로 준비 중이던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2편'의 저술을 마무리 지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천주교 신자인 박 박사는 결혼을 하지 않아 직계가족은 없으며 1967년 발생한 동백림사건 이후 프랑스로 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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