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했던 한중일 주말 외교전] 정부, AIIB 참여 가닥… 후속 과제는

지분 배분·부총재 자리 확보 놓고 협상 지속

우리 정부가 이번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참여의사를 밝히고 중국과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MOU를 맺은 이후에도 협정문을 마련하는 6월까지 △지분배분 △이사회 상임화 △부총재 확보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협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아시아인프라 시장의 성장성과 중국과의 경제협력 등을 감안해 일단 MOU를 체결하기는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 당당히 요구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AIIB에 참여하는 데 있어 가장 뜨거운 쟁점은 지분배분 비율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 미국과 일본이 각각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가 5%를 가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AIIB에 대한 중국 지분이 50%를 넘어설 경우 AIIB 운영과 사업감독에 대한 투명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영국·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AIIB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이는 특정 국가의 지분을 분산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분이 분산되면 환경·노동·양성평등·세이프가드(안전장치) 등에 대해서도 글로벌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를 상임화하는 것도 큰 과제다. ADB·국제통화기금(IMF) 등 다자협력기구는 운영의 투명성과 자금집행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상임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AIIB는 비상임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AIIB에 우리가 참여를 결정할 경우 한국이 아시아는 물론 중동·유라시아 등에서 인프라 사업 참여기회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며 "AIIB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이사회를 상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AIIB 총재는 중국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부총재 자리가 몇 개로 결정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의 기여도를 감안한다면 부총재직 하나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입장과 요구조건이 일시에 해결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참여시한인 이달 말까지 우선 창립멤버로 참여하는 MOU를 맺고 이후 세부조건에 대해 중국 측과 협상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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