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6회계연도(올해 10월1일~내년 9월30일) 예산안을 법정 상한선보다 7%가량 높게 편성해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무력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달 초 여소야대 의회가 출범한 후 주요 이슈를 놓고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간에 또 하나의 전선이 형성된 셈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다음달 2일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할 2016년 예산안을 시퀘스터 상한선보다 740억달러 많은 1조910억달러(약 1,194조원)로 편성했다. 부문별로는 국방예산에 시퀘스터 대비 380억달러 많은 5,610억달러, 비국방예산에는 370억달러 많은 5,300억달러가 각각 배정됐다. 시퀘스터란 미국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2021년까지 총 1조2,000억달러의 연방정부 지출을 줄이는 제도로 내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될 예정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제 갓 회복단계에 접어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하원의원 워크숍에서 "시퀘스터를 전면 폐지해 미국인 가정의 성공을 돕는 데 자금이 쓰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불법 이민자 지원을 위한 10억달러 규모의 신규 지원자금, 연구개발(R&D) 및 인프라 프로젝트 지출확대 등이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될 예정이며 이를 위한 재원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밝힌 대로 부자증세를 통해 추가 확보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 대변인은 "공화당 또한 시퀘스터보다 더 현명한 예산삭감 수단이 있을 것으로 믿고 여러 대체법안을 내놓았으나 대통령은 세금 인상만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지한 자세를 갖지 않는 한 우리도 대통령의 구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까지 야기했던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간의 예산전쟁이 올해 다시 촉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미국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환경오염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는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거듭 예고했던 대로 법안이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공화당은 여소야대 의회에서의 힘의 우위를 이용해 이민개혁 법안,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 등 오바마 행정부 핵심 의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