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로에 선 개성공단] "이 기회에 대화의 문 열자" 南北회담 검토

李대통령 "개성접촉 후속 대책 철저히 준비해 협상" 지시
빗장 풀었지만 '갈등의 골' 깊어 만남 계속될지는 미지수

남북한 당국자 간 접촉 다음날인 22일 오후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물품을 실은 차량들이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파주=홍인기기자

정부는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 방안을 북측과 공동으로 모색하기 위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검토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날 열렸던 남북 당국 간 접촉에 대한 후속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남북 당국자 간 개성 접촉 결과를 보고받고 “향후 이뤄질 협상에 치밀하게 대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분석작업이 진행될 것이나 기본적으로 (북한이) 판을 다 깨자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대화는 계속된다”고 밝혀 개성공단 후속 대책을 마련한 뒤 북한에 협상을 제의할 뜻을 시사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금명간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해 북측이 통보한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검토 요구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출석, 현안보고를 통해 “(북한의 기존 계약 재검토 협상 제안에) 현대아산 및 공단 입주기업과의 의견수렴을 통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 이뤄진 21일 개성 남북당국자 접촉에 대해 남북 대화의 실마리가 풀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후속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통일부는 북측이 지난해 3월 개성공단에서 남한 당국자를 추방한 후 닫아놓았던 남북 당국자 간 대화 단절의 빗장을 이번 접촉을 통해 조금이나마 풀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비록 북측이 일방적인 통고로 자기 입장을 전달하는 강압적인 태도를 벗겨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남북 관계 복원의 장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해야 했지만 개성 접촉을 통해 새 정부 이후 남북 대화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으며 후속 협의를 이어나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대화의 불씨 살리기 안간힘=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회담을 계속 해봐야 북한의 속내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일단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날 북한이 통고한 내용에서 남측에 앞으로 대화와 협상에 성실히 임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북한이 개성공단 현안을 이유로 든 점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북한이 통보한 개성공단 토지사용료 선지급, 개성공단 임대차 계약 재체결,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들의 임금 현실화를 위해선 최소한 수차례 이상의 실무자 협의와 고위당국자 간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요구 이면에 다른 전략적 의도가 있는지를 파악한 후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만간 북측의 통고 내용에 구체적인 대응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대화 이뤄질까=이번 남북 당국자 간 접촉에서 북한은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 지불 유예기간 단축, 북측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우리 대표단은 개성공단 출입ㆍ체류 문제 등을 포함, 남북관계 현안 해결을 위한 차기 접촉을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양자간 대화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양측 모두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쉽게 후속 대화가 성사되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방침에 북측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또한 개성공단 기업들의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북측이 요구한 제안을 받아들이며 개성공단의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후속 협상에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남북합의를 무시하면서 개성공단 특례 조항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는 북한이 언제든 다시 추가 협상 결과를 백지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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