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 개편] "검증부실로 인사가 망사… 중앙인사위 부활 시켜야"

■ 거세지는 인사시스템 정비론
밀실 추천이 禍 불러 김기춘 책임론 다시 고개


'친일 망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가 아닌 '인사(人事)가 망사(亡事)'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소홀한 사전 인사추천·검증 시스템을 들어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경질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 들어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와 안대희 총리 후보자 등의 잇단 낙마와 특정 지역(부산경남·PK)과 특정 학맥(서울고) 위주의 편중된 인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사검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리를 비롯한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 17개 부처 장관 등 장관급 이상 고위직 20명 중 서울고가 10명이나 된다. 이번에 충북 청주 출신인 문 후보자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기는 했지만 대법원장·국회의장 등 5부 요인 다수가 PK인 것이 현실이다.

이런 편중된 인사는 그동안 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다루는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됐지만 비선라인의 입김도 컸다는 후문이다. 인사위원회는 김 비서실장을 필두로 민정수석·총무비서관·부속실장 등 소수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막후 측근으로 불리는 J씨 등 비선라인이 인사 때마다 개입한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자의 지명에는 지난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같이 활동한 김 비서실장의 입김도 컸지만 서울고 출신의 비선라인 J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인사 시스템 붕괴가 멈추지 않았음을 또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며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비서실장의 책임을 다시 강하게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김기춘 책임론'을 정면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지금처럼 청와대 비서실장과 몇몇 수석들이 인사위원회를 운영해서는 언제든지 인사참사가 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안전행정부에 합쳐진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하고 청와대에 인사기획관실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청와대가 후보 반열에 오르는 후보를 3~5배수 가지고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사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집권당인 새누리당을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이 난맥의 인사를 하지 않도록 의견을 개진할 통로 내지 기회를 당에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김상민·민현주·윤명희·이자스민·이재영·이종훈 의원도 공동성명을 통해 문 후보자에 대한 즉각 사퇴를 요구한 뒤 "인사검증에 실패한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손질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청와대의 인사추천·검증 시스템에 대한 개편 요구가 많았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거듭된 인사 문제에서 김 비서실장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재산뿐만 아니라 역사 인식, 과거 발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직접 총리 후보자의 지명 이유를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도 "언론인을 총리 후보자로 내정한 만큼 그의 말과 글을 더 들여다봤어야 했다"며 "앞으로 청와대가 국민의 눈높이, 특히 상식에 준하는 합리적 대다수 중산층 서민의 눈에서 보고 그 정서로 판단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기간의 종합 검증 시스템을 주문한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시간을 갖고 종교를 비롯해 재산형성, 군대 문제 등 종합적이고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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