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집적활성화법 시행령’ 개정] 설비투자 길터 경기활성화 유도

정부가 수도권 공장설립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기업의 설비투자에 장애가 되는 수도권토지규제를 과감히 풀어 경기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억제 시책에 따라 대기업의 공장설립을 지나치게 억제한 나머지 기업들이 해외이전이 가속화하고 있고, 그로 인해 제조업 공동화 등 경제적 부작용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수도권 규제가 지속될 경우 무려 400조원의 반도체 설비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앞서 외국인투자기업인 LG필립스에 대해서는 파주에 공장설립을 허용한 바 있어 수도권내 공장설립을 계속 묶을 경우 국내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논란도 불식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 특히 삼성을 겨냥한 `특별한 대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고, 그것도 택지개발지구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길을 터줘 한동안 논란이 예상된다. 또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수도권공장 신ㆍ증설을 반대해 온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대기업 수도권 추가투자 길 열렸다=그 동안 수도권에서 대기업이 공장을 짓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기업은 수도권에서 신설은 원천적으로 봉쇄됐고, 용인과 화성 등 `성장관리권역`에서만 반도체와 자동차등 10개 첨단업종 한해 25~50%까지 증설할 수 있었을 뿐이다. 이번에 10개 첨단업종의 증설 범위를 100%로 일괄 확대한 것은 사람과 자본ㆍ투자수요가 몰리는 기업의 수도권 선호현상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운영계획을 통해 수도권 규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은 성장관리권역에서 업종에 상관없이 공장증설은 물론 신설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공장증설 면적확대로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 외에도 LG전자와 롯데캐논 등 6개 대기업도 추가 설비투자가 기대된다. 이들 6개 기업은 당장 증설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으로 제품수요가 늘어날 경우 자체판단에 따라 추가투자가 가능하다. ◇택지개발지구, 산업단지로도 활용한다=도시형공장 범위의 조정은 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에는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택지개발지구의 땅을 공장용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년전 택지개발지구에 조성되는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도시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공공시설용지에 `도시지원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도시지원시설은 소프트웨어단지와 벤처시설ㆍ도시형공장등 3가지로 제한돼 있다. 도시에 들어서는 공장이기 때문에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저공해 시설로 최소화한 것. 그러나 도시형 공장의 범위에 7개 첨단시설을 추가함에 따라 반도체와 집적회로ㆍ유무선통신 등 7개 첨단업종도 택지개발지구내 도시지원시설용지를 사들여 공장을 2배까지 확장할 수 있고, 중소기업은 아예 공장을 신설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판교ㆍ김포ㆍ파주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이 같은 도심자족시설을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 부지공급 특혜시비 불가피=우선 기반시설 무임승차론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는 곳은 273만평 규모의 화성시 동탄택지개발지구내 공공시설용지 17만평이다. 삼성으로서는 토지공사가 화성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조성할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특정기업을 위해 택지개발지구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고친 점은 부지공급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마지못해 규제완화에 찬성한 정부당국자는 “ 삼성이 5년, 10년앞을 보고 경영한다면 반도체 공장부지를 미리 확보했어야 마땅하다”며“설비투자를 이유로 신도시 주민 전체의 공공복리를 위해 사용돼야 할 공공시설용지를 이용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토지공사가 신도시 개발계획을 짤 때부터 삼성전자를 유치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매입가격에는 기반시설 조성비용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헐값으로 땅을 사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권구찬기자,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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