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기준 6,580억불【뉴욕=김인영 특파원】 회계가 투명한 미국 경제에도 거대한 지하경제가 존재한다. 미국 정가가 지난해 대선에서 수수된 불법 정치헌금으로 떠들석한 가운데 미국의 지하경제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얼마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하경제는 속성상 외부에 드러나있지 않기 때문에 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의 지하경제규모는 대체로 국내총생산(GDP)의 10% 내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학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하자금의 정의는 미 국세청(IRS)에 세금보고가 되지 않은 자금을 말한다. 예컨데 크레디트 카드는 세금추적이 되므로 상점주인이 현찰로 물건을 팔고 세금보고를 하지 않으면 그 매상액은 지하자금이 된다. 음식점에서 종업원에게 주는 팁도 일종의 지하자금이다. 마약 거래, 매춘, 불법도박으로 번 돈도 세금을 내면 지하자금에 포함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하자금이다.
위스콘신 대학의 에드가 페이지 교수는 미국의 지하경제는 94년 현재 8천억 달러로 GDP의 11.7%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하경제는 현찰을 매개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 현재 유통되는 미달러화 가운데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현금 규모를 측정,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페이지 교수는 또 연방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을 때는 지하경제의 비중이 커지고 세금을 덜 걷을 때 지하경제 비중도 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돈은 세율이 높아질수록 지하경제로 유실되는 관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포틀랜드 주립대학의 모튼 패글린 교수는 비밀보장을 전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대부분이 소비가 소득보다 많다고 답변한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지하경제 규모가 95년 6천5백80억달러로 GDP의 9.1%에 달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 조사에는 불법적인 자금 거래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GDP의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지하경제는 그 자체로 엄청난 규모지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30%에 이르는 러시아·이탈리아의 지하경제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불법이민자에 의한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지하경제의 규모도 커지는 추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