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구조조정] 목표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 구조조정에 목표도, 전략도 없다」국제통화기금 한파 이후 국내 기업, 정부출연연구소, 대학들이 연구개발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질보다 양적인 측면에 치우쳐 자칫 연구개발기반까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실제로 신규 프로젝트는 아예 착수조차 하지 않는다. 또 연구기자재 구입 백지화, 인력 감축 등 「마른수건 짜기식」의 슬림화에만 치중하고 있다. 5년 이상의 중장기 연구개발과제는 대부분 중단상태. 정부출연연구소 또한 할당된 몫만 해결하기식의 획일적 구조조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능력있는 사람이 오히려 연구소를 떠나는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 각 부문의 구조조정이 빅딜이나 인건비 절감 등 단기적 현안을 해결하는데 급급한 것처럼 연구개발 구조조정 역시 거시적인 안목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최근 48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개발 구조조정 완료예상 시기」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내년은 물론 2000년 이후까지도 구조조정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분야의 구조조정 작업 전반에 대한 방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맹목적인 줄이기 일변도의 구조조정은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린다. 위험하기도 하다. 선진국의 예를 보자. 미국과 유럽은 80년대말, 일본은 엔고와 버블경제 붕괴라는 복병을 만난 90년대초 대대적인 연구개발 구조조정에 나섰다. 미국의 경우 87년 953억달러에 이르던 기업의 연구개발투자가 92년 858억달러로 9.96% 줄었다. 일본도 91년 9조7,430억엔에서 94년 8조9,803억엔으로 7.83% 감소했다. 그러나 이 기간 미국과 일본의 연구인력은 오히려 늘었다. 미국은 88년 94만9,200명에서 93년 96만2,700명으로, 일본은 88년 44만1,876명에서 93년 54만1,139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는 지식기반경제의 최우선 순위는 역시 사람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돈이건, 사람이건 무조건 줄이고 보자는 식의 우리 풍경과 뚜렷이 비교된다. 특히 선진국 기업의 사례는 연구개발 구조조정에도 목표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던진다. 과거 독일의 다임러벤츠사는 연구개발센터에 설계·연구개발은 물론, 생산·판매부서까지 포함시켜 연구개발의 초동단계부터 판매후 애프터서비스까지 일괄처리하는 통합연구개발체제를 구축했다. 경영과 연구개발의 통합을 통해 고객지향적 기술개발을 강화한 것이다. 강점분야 기술을 핵심역량화하는 구조조정도 있었다. 소니는 소형화를, 샤프는 LCD기술을, 필립스는 광매체기술을 집중 육성해 대성공을 거뒀다. 이밖에 휴렛팩커드는 아웃소싱을 중심으로, 미쓰이석유화학과 다이킨공업은 정보의 원활한 유통 및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정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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