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라크 직선’ 수용 시사

유엔이 이라크 최대 종파인 시아파의 직접선거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져 6월말까지 이라크에 정권을 이양하려 했던 미국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특사는 12일 이라크 최대 종파인 시아파의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디를 2시간 동안 면담한 뒤 “그가 조기총선 실시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총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100% 동의했다”고 밝혔다. 브라히미 특사는 그러나 “선거가 최상의 조건 아래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도 일치했다”라며 총선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회견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조기총선 실시를 요구하며 미국을 압박해온 시아파의 반대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측 편을 들었다. 그러나 유엔 실시단이 총선연기를 전제로 총선을 통한 과도정부 구성 가능성을 언급, 미국의 재건일정에 대한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측이 더 다급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 정권이양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는 것을 11월 대선에 활용하려 했기 때문. 뉴욕 타임스는 미국측이 과도정부 수립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방법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13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날 “18개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 대표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법은 이미 지나간 문제”라는 미국의 한 외교관료의 말을 인용, 미국측이 과도정부 구성방안을 변경할 수도 있음을 밝혀 주목된다. 미국과 시아파의 이해관계 못지않게 이라크 치안불안도 과도정부 수립의 장애물로 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달 이라크는 지난 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로 테러가 발생했다면서 이라크가 종족 및 종교갈등으로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발칸반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까지 과도정부 구성안을 내놓을 예정인 프레드 에카르드 유엔 대변인은 “6월 이전 선거실시가 불가능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합법적인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뜻”이라고 말해 제3의 방법을 찾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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