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 탓에… 한달새 최고 50% 급등


이상기온으로 채소·생선등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최근 2~3개월새 궂은 날씨와 연이은 폭염이 엽채류, 과일 등의 출하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 곡물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농산물 가격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물가협회가 서울지역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물가변동을 조사한 결과 최근 한달새 상추와 시금치 가격이 각각 50.6%, 31.2%나 급등했다. 이밖에 배추(10.2%), 오이(12.8%)등 채소도 두자릿수 이상 올랐으며 잦은 열대야 현상으로 최근 수요가 급증한 수박은 7~8kg이 1만3,800원선으로 한달전 보다 17%가까이 급등했다. 참외도 25%이상 뛰었다.

이 같은 가격상승은 이상기온이 원인이다. 6~7월초까지는 장마영향으로 일조량이 부족해 채소류 생육에 영향을 줬고 그 이후에는 연이은 폭염이 수확량 감소로 이어졌다. 저온성 작물인 시금치와 상추의 경우 산지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있는데, 고온현상으로 잎이 타거나 따는 과정에서 쉽게 물러져 생산량이 크게 준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내륙과는 반대로 바닷물 수온은 떨어져 생선 가격도 올랐다. 물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고등어 한마리 가격은 4,980원으로 한 달전 보다 16.3% 올랐으며 지난 5월초와 비교하면 67%나 뛰었다. 물오징어도 한 마리에 1,680원으로 한 달새 71%나 급등했다. 올 들어 동해와 남해에 낮은 해수로 나타나는 냉수대가 자주 발생하면서 어획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반찬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부들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달까지 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 전년대비 2% 중후반대 상승에 머물고 있지만 실제 서민들의 체감물가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 양재동 대형마트를 매주 이용한다는 김모(40)주부는 “보통 매주 한번 장볼 때 15만원 정도 계산하는데 요즘 같아서는 장 보는 가짓수가 같아도 2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하반기 공공요금도 오른다고 하는데 겁부터 난다”고 하소연했다.

밥상 물가와 함께 국제 원재료 값까지 들썩일 경우 연쇄 작용으로 생필품부터 전반적인 생활 물가까지 급등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대형마트 설탕가격은 3개월전 보다 18%이상 올랐다. 일부 커피전문점들은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이미 가격을 올렸다. 지난 6월 엔제리너스커피는 브랜드 론칭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커피 가격을 300원씩 인상했다. 같은달 할리스 커피도 커피 관련 제품 가격을 최대 10%가량 인상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등 외식업체들은 국제 곡물가격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가격조정에 나설 태세다. 피자헛은 올해 하반기에 치즈 바이트 피자 가격을 1,000원 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현재 재고물량이 남아 있어서 당분간은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면서도 “국제 원자재 값이 지속적으로 인상되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